"러 용서…佛 미워…獨 무시" 부시, 反戰3개국 정상 차별대우

  • 입력 2003년 6월 2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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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용서하고, 프랑스는 미워하며, 독일은 무시한다.’

이라크전쟁에 반대한 세 나라에 대한 미국의 자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행보에서 그대로 묻어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프랑스 에비앙의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참석 직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을 마친 부시는 “푸틴은 나의 좋은 친구(My Good Friend)”라며 다음달 그를 캠프 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으로 초대했다.

에비앙에서 부시 대통령은 달랐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에게 가죽 장정 책 3권을 선물하기는 했으나 악수하는 표정도 어색했고 공식 폐막일보다 하루 앞서 중동으로 떠나 개최국 정상인 시라크 대통령을 무색하게 했다. ‘부시의 그림자’인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대통령 안보보좌관도 G8 개막일인 1일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의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미국을 사담 후세인보다 위험하게 인식한 때가 있었다”며 서운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는 개별 정상회담조차 갖지 않았다. 지난달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독일을 방문, 슈뢰더 총리와 회담할 때는 백악관에서 독일 야당 당수를 접견, 슈뢰더 총리를 분노케 했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G8 회의장 주변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국가 제1의 목표로 내세우는 미국은 군사 강국 러시아의 협조는 절실하지만 이라크전쟁 반대를 주도한 시라크 대통령에 대해서는 여전히 감정을 풀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프랑스의 국제 외교적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어 만나기는 했다는 것. 반면 슈뢰더 총리는 반미를 내세워 집권한 데다 아직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독일의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만큼 철저하게 무시하는 전략으로 나갔다는 관측이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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