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事법제' 日정부 재량권남용 우려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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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여야는 외국으로부터 무력공격을 받을 경우를 상정해 마련된 유사(有事) 관련 3개 법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키로 합의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13일 보도했다.

자민당 등 여당측은 이날 관련 법안들에 대한 절충과정에서 ‘기본적 인권보장’을 법안에 명기해야 한다는 야당인 민주당의 수정안을 받아들이는 형식을 통해 유사법제 수정안을 마련키로 했다.

여야는 간사장 회담을 통해 수정안을 도출했으며, 자민당 총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간 나오토(菅直人) 민주당 대표가 이날 밤 회동해 합의문서를 교환했다.

이에 따라 유사 관련 법제는 14일 중의원 유사법제특별위원회를 거쳐 15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유사법제는 말 그대로 일본이 ‘유사사태’에 직면하는 상황을 가정해 정부기관 및 자위대의 대처 방안과 국민의 행동지침 등을 규정한 법이다.

가장 큰 문제는 유사법제의 발동 요건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법안에 따르면 일본이 적국의 무력공격을 받거나, ‘공격을 받을 명백한 위험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총리가 민간물자 징발과 국민기본권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시민단체들은 공격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정부측이 이 조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정부가 재량권을 남용해 과잉 대응하면 인접국과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민 인권이 필요 이상으로 제한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후쿠다 다케오(福田赳夫) 총리 시절인 1977년 유사법제의 연구 검토에 착수했다. 고이즈미 정권의 실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이 그의 아들인 점을 감안하면 세대가 바뀌어 법안이 빛을 보게 된 셈이다.

민주당은 인권보호 보완책을 마련하고 국회 의결로 유사사태의 종료를 가능케 하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만 우경화 흐름이 워낙 거세 주장을 관철시키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일본의 유사법제 추진 일지

△1977년 8월:방위청, 법제화 전제로 연구검토 착수

△1981년 4월:방위청, 소관법령 연구결과 국회 보고

△1999년 10월:연립여당, 유사법제 정비 합의

△2001년 4월: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출범

12월 :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 일본 영해서 침몰

△2002년 2월:고이즈미 총리, 유사법제법안 국회제출 표명

4월:일본정부, 유사법제 각의 의결 및 국회제출

하반기:야당 반발로 국회통과 실패

△2003년 5월:국회 통과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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