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 러시아도 덮치나…일본인 여행객 유사증세 격리

  • 입력 2003년 4월 29일 19시 00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안전지대였던 러시아에도 사스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8일 러시아를 여행 중이던 한 일본인(26)이 사스 유사 증세를 보여 시베리아의 소도시 아바칸의 병원에 격리 수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화가로 알려진 이 일본인은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비행기를 타고 가던 중 중간 기착지인 아바칸에서 내려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현지 의료당국에 “중국 베이징에서 모스크바까지 10여일간 기차 여행을 할 때 같은 침대칸에서 중국인과 함께 왔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이날 미하일 카시야노프 총리 주재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러시아 정부는 “지금까지 20명이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돼 검사를 받았으나 공식적으로 1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긴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극동과 시베리아 지역에만 수백만명의 중국인 이민자들이 불법 체류하고 있는 러시아에 사스가 상륙하지 않았다는 발표이지만, 일부에서는 보건체계가 너무 열악해 사스 유입이 확인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번 일본인 여행자의 경우를 보면 러시아 보건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알 수 있다. 중국에서 기차로 모스크바로 온 이 일본인은 러시아에 머무는 동안 어떠한 의심도 받지 않았고, 스스로 일정을 중단하고 귀국하기 위해 모스크바 공항에 나가 사스와 유사한 증세를 호소했으나 간단한 검사만 받고 그대로 비행기에 올랐다. 일본인이 중간에 내렸지만 동승했던 승객 69명은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해서도 아무런 검사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칸 의료 당국은 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이 일본인의 혈액을 모스크바로 보내야 했다. 이 때문에 검사결과도 2, 3일 뒤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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