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은 아직 전쟁중" 탈레반잔당 저항 전후복구 차질

  • 입력 2003년 4월 16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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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테러에 대한 전쟁이란 명분을 내세우고 개전했다는 점에서 아프가니스탄전쟁은 이라크전쟁의 선례라고 할 만하다. 수도 카불이 2001년 11월 중순 함락된 지 17개월이 지난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어떻게 돼 있을까.

외신은 탈레반 정권이 붕괴된 뒤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이끄는 새 정권이 지난해 여름 정식 출범했지만 아직 행정력이 미치는 곳은 수도 카불 일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또 9·11테러의 배후 오사마 빈 라덴은 물론 탈레반의 최고지도자였던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마저 생존해 있으며, 알 카에다와 탈레반의 잔당들도 활동 중이다. 이 때문에 2001년 10월 아프간전쟁 개전 후 1년반이 지났지만 대니얼 맥나일 중장이 이끄는 수천명의 미군이 소탕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오마르는 2월 성명을 내고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했고, 탈레반 사령관의 한 사람인 다둘라 아크훈드는 지난달 29일 미군 2명을 살해한 후 ‘춘계 공세’를 선언했다. 같은 날 탈레반 잔당은 카불의 대통령 관저와 미 대사관저에 가까운 국제평화유지군(ISAF) 기지에 로켓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미군은 탈레반 잔당 기지를 공습하던 9일 민가를 오폭해 민간인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잔당 소탕’이 쉽지 않자 전후 복구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주 유엔은 아프간 북부 마이마나에서 직원들을 철수시켰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3월말 남부 칸다하르주에서 직원 1명이 피격 사망하자 작업을 중단시켰다.

비(非)탈레반 군벌의 권력이 비대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AP통신은 아프가니스탄 서부 헤라트 주지사인 이스마일 칸은 탈레반 정권과 다를 바 없는 철권통치로 국제 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구소련과의 전쟁 등 23년간 전란에 시달려온 아프가니스탄 사회가 최근 미국과 국제기구 등의 지원을 받으면서 엄청난 진전을 보였다고 LA 타임스 등이 지적했다. 우선 적십자 등 1600여명 이상의 국제단체 요원들이 들어와 곳곳에서 의료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2001년까지 매달 300명의 지뢰 피해자가 발생했으나 종전 후 지뢰 제거요원들이 대거 투입돼 최근 120명 선까지 줄었다.

카르자이 대통령은 최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 재건에 아프간 경험이 참고가 돼야 한다”며 “치안은 즉각 유지돼야 한다. 복귀한 망명자 가운데 올바른 지도자를 밀어야 한다. 잔당을 추적하면서 강력한 새 분파가 형성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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