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신형 집속탄사용 논란… "민간인 피해" 중지촉구

  • 입력 2003년 4월 3일 19시 16분


코멘트
미군이 2일 이번 이라크전쟁에서도 가공할 파괴력을 가진 집속탄(集束彈·cluster bomb)을 쓰고 있음을 처음 인정했다. 집속탄은 투하된 후 탄체가 갈라지면서 수백개의 ‘소폭탄’이 공중에서 흩어지는 폭탄으로 축구장보다 넓은 지역을 순식간에 불구덩이로 만들어버린다.

미 중부군사령부는 이날 “풍속까지 파악해 명중도를 높인 신형 집속탄을 쓰고 있다”고 발표했다. B-52 폭격기가 이날 오전 바그다드에서 남하 중인 이라크 탱크 대열을 향해 신형 집속탄인 CBU-105(개당 무게 454㎏) 6발을 투하했다는 것이다.

이날 집속탄은 처참한 민간인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AFP통신은 바그다드 남부 힐라 지역에서 최대 33명의 민간인이 집속탄에 희생됐으며 파편으로 보이는 물체가 민가에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미 중부군사령부도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오미드 무바라크 이라크 보건장관은 “침략자들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집속탄을 쓰고 있다”며 “나자프에서는 의료센터와 앰뷸런스까지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미군이 민간인 피해 최소화를 정말 원한다면 집속탄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휴먼라이트워치(HRW), 국제적십자사도 집속탄 사용을 비난했다.

집속탄은 무엇보다 최대 25%나 되는 불발탄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뢰처럼 민간인을 살상한다. 집속탄은 베트남 포클랜드 이라크(걸프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사용돼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불러왔다. 걸프전 당시 이라크에 뿌려진 집속탄의 소폭탄은 5000만발에 달하며 전쟁 이후 불발탄 때문에 민간인 4000명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유엔아동기금(UNICEF)은 “음료수 깡통처럼 생긴 집속탄의 소폭탄과 미군이 나눠주고 있는 배급 식량의 겉면이 똑같이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어 어린이들이 혼동할 우려가 높다”고 경고하고 “미영 연합군은 서둘러서 배급 식량의 포장 색을 바꾸라”고 촉구했다. 한편 아랍권의 대표적인 민간구호단체인 적신월사(赤新月社)의 바그다드 산부인과 병원도 2일 새벽 미군의 공습으로 25명 이상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고 BBC방송이 전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