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괴질공포… 안방까지 침투

  • 입력 2003년 3월 31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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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질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31일 현재 610명이 감염된 홍콩은 당초 호텔 사무실 은행 병원 등 공공장소에서 감염됐던 괴질이 이제 일반 가정에까지 침투할 만큼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어 주민들이 심리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또 괴질 발병으로 홍콩 관광을 금지하는 나라들이 늘어남에 따라 관광객 수가 지난주에만 30% 감소하는 등 홍콩의 주수입원인 관광 산업이 치명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중국도 당초 남부지방에서 발생했던 괴질이 급속히 북상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베이징(北京) 등지에서는 흉흉한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중국 위생당국은 괴질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베이징에서는 인민해방군 302병원과 중일우호병원 등 일부 병원에 괴질 환자가 입원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환자들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는 것.

일본 정부는 홍콩 베트남 등 괴질이 발생한 동남아 국가가 자국민들의 인기 해외여행지여서 여행객을 통한 전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 괴질에 감염된 대만의 건설회사원 4명이 지난달 21일 타이베이 경유 후쿠오카(福岡)행 항공기 편으로 귀국한 사실이 확인돼 이 항공기에 탑승한 다수의 일본인 승객에게 괴질이 번졌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태국도 입국하는 관광객 중 괴질 징후가 있는 승객에 대해서는 24시간 격리 검역을 실시토록 했으며, 싱가포르도 공항 도착 승객 중 이상 증세를 보이는 경우 일반인 승객과는 다른 통로를 통해 인근 지정 병원으로 옮겨 진찰을 받도록 했다.

아시아 외에 괴질 환자가 가장 많은 캐나다의 경우 토론토에서 30일 4번째 사망자가 나왔고 온타리오주 감염자 수는 100명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온타리오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감염 우려가 있는 환자 수천명을 격리조치했다. 토론토에서는 마스크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62명의 괴질 환자가 발생한 미국은 아직까지 사망 보고는 없었으나 괴질 확산 가능성에 대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우려를 표시했다.

‘중증 급성호흡기 증후군(SARS)’을 보이는 비정형성 폐렴 괴질로 인해 아시아권은 물론 유럽에서도 감염환자가 발생하는 등 피해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괴질로 인한 사망자 수는 30일 홍콩과 싱가포르, 캐나다에서 환자 1명씩이 추가로 사망하는 등 31일 현재 62명으로 늘어났으며 감염환자 수도 1765명을 넘어섰다.

홍콩 당국은 31일 감염자 수가 총 610명으로 증가했고 지금까지 노인 여성을 포함해 1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64명은 위독한 상태다.

싱가포르 보건부도 91명의 감염자 중 노인 1명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4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캐나다의 스카보로 그레이스 병원에서는 감염환자로 보이는 환자 1명이 숨졌으며, 이탈리아 북부 제노아에서도 태국 여행을 다녀온 22세 청년이 괴질 환자로 밝혀졌다.

지난해 11월 중국 남부 광둥(廣東)성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괴질 감염자는 중국이 806명으로 가장 많고 △홍콩 610명 △싱가포르 91명 △미국 62명 △베트남 58명 △캐나다 98명 △대만 12명 △이탈리아 5명 △독일 4명 △루마니아 3명 등이다.

사망자 수는 △중국 34명 △홍콩 15명 △베트남 4명 △캐나다 4명 △싱가포르 4명 △태국 1명 등이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외신 종합 연합


▼감염경로 아직 불투명▼

괴질(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침이나 신체 접촉이 아니라 공기를 통해 전염될 수도 있다는 주장이 나와 괴질의 정체와 감염경로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홍콩 위생서(衛生署)의 찬풍푸춘(陳馮富珍) 서장은 지난달 30일 “괴질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으로 볼 때 공기를 통해 전염될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찬풍푸춘 서장에 따르면 홍콩의 한 아파트에서는 지난달 26일 7명의 주민이 괴질에 걸린 이후 27일 29명, 28일 63명, 29일 85명 등으로 환자가 급속히 늘어났다는 것. 이와 관련해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송재훈(宋在焄) 교수는 “일반적인 폐렴 사망률이 5∼10%인데 비해 이번 괴질의 경우 사망률이 3% 정도로 낮다”며 “현재의 정보만으로는 공기 감염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 감염내과 오명돈(吳明燉) 교수는 “한 아파트에서 집단 감염된 사실만으로 공기로 전파된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지금까지는 환자를 돌본 의료진이나 환자의 가족이 대개 걸렸기 때문에 이 병의 전염력은 낮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0일 괴질을 유발하는 바이러스가 파라믹소 바이러스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이어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27일 환자의 폐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를 분리했다며 ‘유전자 변형 코로나 바이러스’가 괴질의 원인균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파라믹소 바이러스는 홍역, 볼거리 등 사람과 동물에 특정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군(群)으로 공기로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감기 등을 일으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침으로 감염되는 것으로 인체에는 큰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1990년대 이후 원인균이 밝혀진 괴질과 사망자수

○1990년대 이후 원인균이 밝혀진 괴질과 사망자수

○1994년 인도 54명 사망, 원인균 폐페스트

○1995년 아프리카 자이르 228명 사망, 원인균 에볼라 바이러스

○1997년 홍콩 6명 사망, 원인균 조류독감 바이러스

○1998년 말레이시아 111명 사망, 원인균 니파 바이러스

○2003년 중국 홍콩 등 59명 사망, 원인균 코로나 바이러스(추정)

▼예방대책은▼

전문가들에 따르면 괴질 바이러스가 호흡기 등을 통해 체내에 침투해 증세를 일으키기까지는 10일 정도가 걸리며 일단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나기 2주 전쯤 중국 홍콩 싱가포르 베트남 등지를 여행했다면 일단 괴질을 의심해 봐야 한다. 괴질로 의심되는 환자는 항바이러스제제와 스테로이드제제, 항생제, 대증요법 등으로 치료받으면 되고 대개 2주가 지나면 증세가 호전되면서 낫는다.

그러나 면역력이 약한 유아나 노인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예방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예방을 위해선 우선 괴질 발생지역으로의 여행을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해당 지역으로 여행해야 한다면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외출 후엔 반드시 손발을 비누로 깨끗이 씻는 등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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