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효과' 미 경제 약화시킨다

'CNN 효과'가 미국 경제를 약화시킬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CNN 효과'란 전쟁 때 소비자들이 CNN 방송을 통해 전황을 지켜보느라 쇼핑을 하지 못하게되고 이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다는 것으로 1991년 걸프전때와 2001년 '9·11테러'때 이런 양상이 빚어졌다는 것(또 '비슷한 사건이지만 언론매체에 비춰져야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현상'에 대해서도 'CNN 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라크 전쟁은 약한 회복기의 미국 경제를 되살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적지 않았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첫 4일동안 미국내 소매업체의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의 할인소매점 월마트는 3월중 매출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약한 CNN 효과' 때문에 오히려 감소했다고 밝혔다.

'CNN 효과'는 외식이나 영화 등 서비스 지출에 큰 영향을 주는 반면 내구소비재에 대한 지출에는 영향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내 3200개 딜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전쟁 후 지금까지 자동차 판매량이 8% 줄었다는 통계가 나와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27일 보도했다. 이는 '9·11' 직후의 30% 감소보다는 적은 것이지만 미국경제에 대한 충격은 클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USA 투데이는 퍼듀대 리차드 파인버그 교수의 말을 인용해 "아직 전쟁 충격이 그리 크지 않지만 전쟁이 빨리 끝나지 않으면 또 하나의 부정적인 장벽을 쌓게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라크 전황이 미국 정부의 예상과 다르게 진행되자 USA투데이는 '미국 경제를 해방시키려던 제3 보병사단을 믿지 말라'는 표현을 써가며 미국경제는 전황보다 더 나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불확실성이 제거돼 미국경제가 고속성장하는 일은 일어날 수 없으며 최악의 경우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서 연구소를 운영하는 도널드 스트라스자임은 "세계경제가 올해 상반기 1%(연률기준), 하반기 2%의 성장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고 이룰 수 있는 3∼4%의 성장에 크게 모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미국 기업들은 회계부정 등 스캔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정부는 4000억달러 이상의 연방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USA 투데이는 "높은 생산성, 활발한 기업 구조조정 등을 들어 미 경제가 호전될 것이란 전망을 하는 정책당국자들도 있다"고 소개하면서 "현재의 느린 경제가 이라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의 결과인지 침체로 가는 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 수주일내에 확인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