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戰-反美" 아랍권 뭉친다…이라크 참상-항전에 연대감

  • 입력 2003년 3월 27일 19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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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아랍 언론들은 연일 이라크의 ‘영웅적’ 저항에 찬사를 보내고 있으며 일부 이슬람 지도자들은 미군들이 눈에 띄면 언제든 공격해도 무방하다는 내용의 ‘파트와스(Fatwas·이슬람 지도자에 의한 율법적 결정)’를 전파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을 지지한 정부 당국을 향한 반정부 시위로까지 심화될 조짐이다. 이슬람 금요 대예배일인 28일에는 수많은 아랍권 신도들이 예배를 마친 뒤 거리로 뛰쳐나올 것으로 예상돼 반전·반미 시위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 미국에 ‘아낌없는’ 군사적 지원을 제공했던 친미 아랍 정부들마저 애써 워싱턴과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5일 보도했다.

기류변화는 24일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친미 중동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이 외무장관회의를 열어 이라크 침공을 규탄하고 연합군의 즉각 철군을 촉구하면서 본격화됐다. 아랍연맹의 아무르 무사 사무총장은 “이라크인들의 저항이 전쟁의 판도를 바꿔놨다. 아랍연맹이 이라크를 지지하게 만든 것이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6일 이집트의 한 방송사와의 회견에서 “이라크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서 아랍인들이 (미국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미국의 이라크 재건 계획 등에 강한 회의를 표하기도 했다.

거세지고 있는 아랍권 반전·반미 여론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

우선 서방언론이 정보를 독점했던 12년 전 걸프전 때와 달리 알 자지라 같은 아랍권 언론이 이라크의 참혹한 피해상황을 생생하게 보도하면서 아랍권 연대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또 이라크 공습을 미국의 아랍권 패권 확보를 위한 것으로 해석하는 반미정서가 팽배한데다 ‘무적’의 연합군에 예상보다 거세게 항거하고 있는 이라크군을 지켜보면서 아랍인들이 잔뜩 고무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월 스트리트 저널은 “이 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나 피해자가 늘어나고 전쟁이 길어질수록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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