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총서기 주재로 지난달 1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의 위안샤오제(元宵節·음력 정월 대보름) 만찬회에서는 중국 권력의 이행 과정을 점쳐볼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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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총서기는 인사말에서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3개 대표’ 이론의 중요성을 역설한 뒤 “장 주석을 비롯한 3세대 지도부의 영도 아래 중국의 개혁 개방은 심화됐으며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에서 성취를 이루었다”며 찬양과 감사의 뜻을 표시했다.
그러자 장 주석은 후 총서기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16전대에서 새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선출된 4세대 지도부를 이끌고 무대로 올라가 ‘단결이 힘이다’란 노래를 열창했다. 만찬이 끝날 무렵 그는 또다시 후 총서기 등 참석자들과 함께 ‘조국을 노래하자’란 가곡을 흥겹게 불렀다.
앞서 인민일보 등 관영 언론들은 지난달 13일 마오쩌둥(毛澤東)-덩샤오핑(鄧小平)-장쩌민에 관한 장문의 글을 일제히 게재했다. 주된 내용은 장 주석이 임기 동안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처럼 노력해 국가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것.
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국가주석직은 후 총서기가 승계할 것이 확실하다. 현행 헌법상 장 주석의 3차 연임이 불가능하기 때문. 관심의 초점은 장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직도 내놓을 것인가 여부.
중국 소식통들은 “장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한 채 덩샤오핑처럼 당정 전반에 걸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면서 “위안샤오제 행사와 관영 언론들의 보도는 이를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 주석이 중앙군사위 주석직을 유지할 경우 국방, 외교, 양안(兩岸) 관계를 계속 관장함으로써 실질적인 국가지도자로 남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3세대 지도부 중 리펑(李鵬) 전인대 상무위원장, 주룽지(朱鎔基) 총리, 리루이환(李瑞環)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政協) 주석은 10기 전인대 대표 명단에서 빠짐으로써 은퇴가 확정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우방궈(吳邦國) 부총리, 국무원 총리는 원자바오(溫家寶) 부총리, 정협 주석은 자칭린(賈慶林) 전 베이징시 서기 등 신임 정치국 상무위원들로 인선이 매듭지어졌다. 장 주석의 심복인 쩡칭훙(曾慶紅) 전 당조직부장은 국가부주석에 내정됐다.
국무원 부총리 4명은 황쥐(黃菊) 전 상하이(上海)시 서기, 쩡페이옌(曾培炎) 국가발전계획위원회 주임, 우이(吳儀) 국무위원, 후이량위(回良玉) 전 장쑤(江蘇)성 서기로 채워질 전망이다. 각각 상무부총리, 공업, 외교, 농업분야를 분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들은 “이런 인사안은 16기 2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실상 확정된 것”이라며 “주목할 점은 후 총서기가 총서기직 외에 국가 주요 정책을 관장할 당내 겸임 직책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총리로 내정된 원자바오 상무위원이 주 총리가 맡았던 당 중앙금융공작소조장직을 넘겨받고, 쩡칭훙 상무위원은 장 주석이 조장인 당 외사(外事)영도소조 및 대만공작영도소조의 부조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후 총서기의 겸임직책 담당설은 전혀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결국 이번 전인대는 후 총서기를 국가 최고지도자로 자리매김하면서도 그의 ‘홀로서기’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어려울 것임을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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