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서 전기톱까지…포천誌 분석 CEO캐릭터 변천 100년史

  • 입력 2002년 11월 13일 18시 18분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최신호(18일자)는 최근 100년간의 미국 최고경영자(CEO)를 8개 유형으로 나눠 제시했다. 미국 경제의 침체가 엔론, 월드컴의 경우처럼 CEO의 회계부정과 기업윤리 부재에서 비롯된 면이 강한 만큼 이를 계기로 과거 ‘CEO 변천사’를 짚어보고 교훈을 얻자는 취지에서다.》

▶폭군형(1884∼1921년)

존 패터슨(NCR)

20세기 초 내셔널금전등록기(NCR)사를 이끈 존 패터슨이 대표적. 그는 존 록펠러, 앤드루 카네기처럼 현대 미국의 위대한 기업을 일군 경영자였으나 폭군이었다. 6개월마다 사원들의 키와 체중을 재게 했고 음식을 꼭 32번 씹어먹게 했다. 중역 책상을 엎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디어 제안에 대한 보상, 사장 직보(直報)시스템 등을 도입했다. 1910∼30년대 미국 CEO의 6분의 1이 그가 세운 경영자학교 출신이었다.



▶관리자형(1923∼1940년대초)

앨프리드 슬론(GM)

1923년 제너럴모터스(GM)의 경영권을 쥔 앨프리드 슬론은 GM 오너이자 창업자인 윌리엄 듀랜트의 부실경영으로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해냈다. 그는 ‘기획조정위원회’를 만들어 사업부문간 업무를 조정했다. 시보레 폰티악 뷰익 캐딜락 등 차종의 생산라인과 판매망을 정비했다. GM은 1925∼85년까지 매년 경쟁사 포드보다 많은 이익을 냈다. ‘기획조정 위원회’가 잇따라 기업들에 도입되면서 1940∼50년대는 ‘얼굴 없는 CEO’ 시대가 됐다.

▶계산기형(1959∼1977년)

해럴드 제닌(ITT)

1959년 국제전화전신(ITT)의 CEO가 된 해럴드 제닌과 같은 유형. 당시 ITT는 기업합병에 나서 80국 350개 사업장을 거느렸다.

많은 사업장 관리에는 제닌 같은 금융 전문가가 필요했다. 그는 사장 250명으로부터 월례보고를 받고 2m 높이의 사업계획서를 검토했다.

그의 지론은 “숫자를 알면 자유롭게 되리라”는 것. 39년 7%이던 금융인 출신 CEO 비율이 79년 31%가 됐다.

▶정치가형(1970년대초∼1981년초)

데이비드 록펠러(체이스맨해튼)

70년대 미국 경제는 침체기였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그 원인으로 꼽혀 CEO들은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대신 CEO는 기업보다 공공정책에 대한 의견을 내놓아 주목받았다.

GE의 레지날드 존스, 듀폰의 어빙 샤피로, 체이스맨해튼의 데이비드 록펠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각국 지도자들과 식사를 하면서 ‘미국 기업’의 운영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중성자탄형(1981∼2000년)

잭 웰치(GE)

1981년 GE의 CEO가 된 잭 웰치가 대표적. 그는 인명살상이라는 목적에 충실한 중성자탄처럼 경영 목표에 치중했다.

고과를 냉혹하게 실시했으며 효율 낮은 사업부문은 과감하게 없앴다. 그는 오로지 주가 상승을 목표로 삼았다.

그가 재임한 20년 동안 GE 주가는 5021% 올랐다.

정치가 형이 ‘미국 기업’을 논의한 데 비해 웰치는 에너지를 기업 경영에만 쏟았다.

▶스타형(1990년대초∼2002년)

테드 터너(CNN)

개인적인 카리스마로 인해 주목받는 유형으로 90년대에 급증했다. CNN의 테드 터너, 인텔의 앤디 그로브,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같은 이들이다.

이들은 모두 타임지의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이 시기에 연봉도 치솟았다. 81년부터 20년간 미국 10대 최고 연봉 경영인의 평균 급여는 4300% 상승했다.

스타 형의 효시는 79년 크라이슬러의 CEO가 된 리 아이아코카로 그의 자서전은 700만부나 팔렸다.

▶전기톱형(1990년대후반∼2002년)

앨버트 던랩(선빔)

일명 ‘파괴자’. 앨버트 던랩은 90년대 중반 스콧페이퍼사의 CEO가 되면서 인건비 연구개발비 설비개선비를 모조리 삭감해 주가를 225%나 올렸다.

그는 자신을 마이클 조던과 비교했다. 그러나 96년 선빔사를 맡은 후 단기간 내 성과를 올리고자 회계부정을 지시했다.

그는 사기혐의로 고소됐으며 5억달러의 벌금을 물었다. 선빔의 올해 주가는 2센트(약 24원).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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