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가 美 TV프로 ‘쥐락펴락’

  • 입력 2002년 11월 5일 19시 00분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방송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프로그램 자체보다는 광고 효과에 뜻이 있기 때문.

파이낸셜타임스는 6일 “프로그램의 중간중간에 의도적으로 자사 제품을 노출시키는 PPL(pro-duct placement)은 물론 아예 광고주가 방송 콘티를 조정하는 ‘광고주 스폰서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기존의 30초짜리 광고 방송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 케이블 채널이 수백 개나 생기면서 채널당 시청자 수가 적어진 데다 대부분의 시청자는 광고가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린다. 티보사나 소닉블루사는 최근 광고는 빼고 녹화할 수 있는 디지털 비디오 녹화기까지 선보였다. 미국 방송사들은 광고 수입에 악영향을 준다며 캘리포니아 정부에 소닉블루 비디오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도 했다.

결국 광고주들은 ‘새로운 광고기법’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코카콜라는 폭스사가 방영하는 ‘아메리칸 아이돌’의 제작비를 지원했다. 이 방송은 10대들의 연예 콘테스트. 방송 중간의 광고 시간에는 코카콜라 광고가 나오고, 참가자들이 인터뷰하는 대기실에는 코카콜라 캔이 가득하며 심사위원석에는 항상 코카콜라 컵이 놓인다.

존슨앤드존슨은 아예 방송제작자의 역할까지 한 경우. 화장품 업체인 이 회사는 올해 2시간짜리 TV프로그램인 ‘도어 투 도어’를 제작했다. 중간의 광고 시간에 자사의 화장품 광고를 내보내면서 경쟁사의 광고를 막고 프로그램에도 자사 제품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하는 대사를 의도적으로 집어넣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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