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후세인 무장해제땐 정권유지 시사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03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이라크와 관련, “사담 후세인이 유엔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킬 경우 그 자체가 정권이 변화됐다는 것을 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하고 “우리는 지금까지 외교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해 왔고 앞으로 한번 더 외교를 시도하게 될 것이며 자유세계가 이 사람(후세인)을 평화적으로 비무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교체를 추구해 온 미국의 대 이라크 정책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사찰과 해체로 선회하고 이라크의 사찰 수용 여부에 따라 군사공격도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변화를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자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곧바로 해명 브리핑을 갖고 “부시 대통령은 후세인이 정권을 포기해야 한다는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짝도 후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11년 동안이나 유엔 결의안을 위반해 온 후세인 정권이 지금에 와서 유엔에 순응하는 상황을 상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6일 북한이 핵무기개발계획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 이후 이라크 공격에 대한 명분이 약화되고 있어 부시 대통령이 기존 입장에서 차츰 물러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다룬 22일자 기사의 제목을 “부시, 후세인의 무장을 해제하기 위해 외교적 방법을 쓰고 있다고 선언했다”로 뽑았다.

이에 앞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20일 미국의 첫번째 목표는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제거라고 말한 바 있다. 플라이셔 대변인은 역시 파월 장관의 발언도 “미국의 입장 완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날 대 이라크 결의안 수정본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들에 배포된 것과 때를 맞춰 부시 대통령이 상임이사국들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시적으로 발언 수위를 낮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의안 수정본에는 △이라크가 사찰과 대량살상무기 제거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보복을 받을 거라는 표현이 ‘심각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유엔 무기사찰단원을 각국에서 골고루 파견받는다는 조항이 ‘가장 유능한 사찰단원’으로 구성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으며 △유엔 경비대가 이라크에 들어가 사찰단원을 호위할 수 있도록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프랑스와 중국, 러시아는 “이라크가 지금까지 유엔 결의안을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분명히 위반해 왔다”는 표현이 미국의 자동적인 군사개입을 용인할지 모른다고 우려, 수정본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내 결의안 통과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플라이셔 대변인은 “안보리가 언제 구체적인 행동을 취할지는 알 수 없으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낙관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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