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농산물, 美 "받아라"…아프리카 "안받아"

  • 입력 2002년 9월 1일 18시 21분


미국이 아프리카에 지원하려는 유전자조작(GM·Genetically Modified) 옥수수를 둘러싼 미국과 아프리카 국가들간의 논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들까지 이에 가세했다.

미국은 “안전하지 않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는 입장인 반면 잠비아 등은 “안전하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먹을 수 없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GM 농산물에 부정적인 유럽연합(EU)은 은근히 아프리카 국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반대〓레비 음와나와사 잠비아 대통령은 미국의 지원 식량에 GM 옥수수가 포함됐다는 점을 들어 “인간이 먹어도 안전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다”며 이를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GM이 아닌 식량으로 지원을 다시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GM 농산물 지원 대상국 6개국 가운데 짐바브웨와 모잠비크도 자국 농산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을 경우 지원을 받겠다고 밝혔다.

이들 3개국은 GM 농산물이 국민 건강뿐만 아니라 자국 농산물을 위협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자국 농부들이 대량 유입된 GM 농산물을 재배하기 시작할 경우 기존 작물을 잠식하게 되고, 결국 GM 농산물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EU에 대한 수출 길마저 막히기 때문.

그러나 미국은 “잠비아 국민 250만명을 비롯, 아사 직전에 있는 1280만명을 죽이겠다는 것이냐”며 GM 식량을 받으라고 강권하고 있다. 미 국제개발국(USAID) 앤드루 나시오스 국장은 “이들 아프리카 국가가 배부른 유럽인들과 함께 자국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세계기구와 EU의 가세〓세계식량기금(WFP) 제임스 모리스 사무총장은 “2억8000만 미국인과 7500만 캐나다인도 GM 식품을 먹고 있다”며 안전성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WHO 그로 할렘 브룬틀란 사무총장도 “인간의 건강에 위험하다는 과학적 증거가 없기 때문에 먹어도 된다”며 미국 편을 들고 있다.

그러나 EU는 미국의 ‘GM 옥수수의 안전성을 보장해달라’는 지원 요청을 거절했다. EU는 99년 이후 사실상 신규 GM 농산물 승인과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데다 GM 첨가물 표시도 의무화하고 있다. ‘지구의 친구들(FOE)’ 등 환경단체들 역시 사람과 환경에 미칠 영향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GM 농산물 원조 반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은 미국이 아프리카의 기아를 이용해 자국에서 소비되지 않은 GM 옥수수를 수출해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GM 생산국이며 별도의 표시 없이 GM 상품을 유통시키고 있다. 민간단체인 농생명공학 응용을 위한 국제서비스(ISAAA)에 따르면 2001년 미국의 GM 농산물 재배 면적은 전 세계의 68%에 달한다. 미국과 아르헨티나, 캐나다, 중국 등 4개국은 전 세계 GM 농산물 재배 면적의 99%를 차지하고 있다.

▼GM(Genetically Modified:유전자조작 농산물)▼

과학자들에 의해 특정 유전자가 조작된(GM) 모든 농산물을 말한다. 첫 GM 농산물은 83년 개발된 항생제에 강한 담배작물이며, 첫 상업적 GM 농산물은 93년 미국에서 개발된 숙성 지체 토마토이다. 대표적 GM 농산물로는 제초제에 강한 콩, 벌레 먹지 않는 감자나 옥수수, 바이러스에 강한 호박, 비타민A 성분을 많이 함유한 쌀 등이 있다. 한국에서는 GM 식품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안전성을 승인받은 GM 농산물은 2000년 현재 47종에 이르며 일본은 99년 말 현재 30종, 유럽연합(EU)은 10여종이다.

세계 4대 GM 농산물 생산국
국가재배 면적(단위:㏊)
미국3570만
아르헨티나1180만
캐나다320만
중국150만

(2001년 기준, 자료: ISAAA)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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