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달러냐 60달러냐…美, 이라크 공격 ‘油價 시나리오’

  • 입력 2002년 8월 1일 17시 57분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할지 모른다는 소문만으로도 국제유가가 꿈틀대고 있다. 이라크 침공과 유가 그리고 국제적 파장이 어떻게 연동될 것인가.

뉴욕타임스의 중동문제 전문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과 미 외교협회(CFR)의 석유전문가 필립 벌레거는 이 연동관계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지난달 31일 9월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15센트 오른 25.83달러, 9월 인도분 텍사스산 중질유는 뉴욕에서 81센트 오른 27.36달러에 거래됐다. 미 석유연구소(APA)가 이날 주간(7월19∼26일) 원유재고량이 87만3000배럴 늘어나 308만2000배럴에 달했다고 발표했지만 상승세를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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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통신은 석유브로커 토니 매커섹의 말을 인용, “수요공급의 논리로는 설명이 안되는, 놀랄만한 상승세”라고 보도했다.

프리드먼씨는 이 같은 상황을 “세계 최대 주유소에서의 전쟁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프가니스탄의 토라 보라 동굴에서의 전쟁과는 비할 수 없는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는 것. 벌레거씨는 이라크 침공을 “리스크가 극히 큰 경제적 모험”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전쟁이 잘못 전개될 경우 세계의 석유 공급망을 파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프리드먼씨는 지난달 31일자 칼럼에서 이 같은 견해를 발전시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까지 미국의 전쟁계획만 운위하고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대응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후세인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의 유정을 생화학 탄두를 탑재한 스커드 미사일로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쿠웨이트의 인구밀집지역과 이라크 남부 도시 바스라는 불과 120㎞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베네수엘라 이란 나이지리아 같은 산유국들이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기 위해 원유공급을 줄일 경우 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올라 세계 경제가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

반면 이라크 침공이 성공을 거둬 이라크에 온건 민주정권이 들어서면 하루 200만배럴로 제한한 유엔의 제재조치가 풀리고 이라크는 경제 재건을 위해 하루 500만배럴까지 산유량을 늘려 공급과잉이 초래될 수 있다고 프리드먼씨는 전망했다. 다른 산유국들은 유가감소로 줄어드는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산유량을 늘릴 가능성이 있어 유가가 최저 배럴당 6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

그는 이 경우 그동안 막대한 석유 수입으로 비민주적 정권을 운영해온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와 같은 국가들의 정권이 몰락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카르텔도 무너질 수 있다면서 이라크 침공이 1석2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될지 누구도 모르는 일. 그는 “두 가지 경우 모두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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