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 레터 4]노보시비르스크

  • 입력 2002년 7월 24일 18시 25분


노보시비르스크 소재 러시아 철도대학에 걸려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노선도
노보시비르스크 소재 러시아 철도대학에 걸려 있는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노선도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해 8월 러시아 방문 중 이례적으로 들른 곳이 있다. 시베리아의 중심도시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러시아 철도대학이다.

“김 국방위원장이 두시간 정도 머물면서 철도망의 첨단 정보교환 시스템에 관심을 보였다. 영리하다는 인상을 주는 인물이었다. 인터넷용 컴퓨터 500여개 중 한 대를 김 국방위원장용으로 비워놓았으나 자리에 앉지는 않았다.”

김 국방위원장 방문 이후 석달만에 러시아 철도대학은 평양 철도대학과 학생교류 협정을 맺고 북한 학생 30명을 4년10개월 과정으로 연수시키기로 했으나 북한측이 학생 1인당 경비 2500달러를 내지 못해 아직 학생교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콘스탄틴 코마로프 철도대학장은 말했다. 철도대학에는 한국학생들도 유학 중이다.

이곳에는 서부 시베리아 철도청도 있다. 17개 지방 철도청 중 하나로 관할 철도망은 전체의 7%(9700㎞)에 불과하지만 화물 취급량은 18%에 달한다. 주정부 세수의 8%이상이 여기에서 나온다.

‘철도의 고장’으로 알려진 노보시비르스크도 구 소련이 해체되면서 과학자들의 서방 이주와 구조조정의 칼날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정부나 철도대학, 철도청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사업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었다.

23일 한-러 친선특급 참가자들을 위한 설명회에서 관계자들은 TSR와 TKR가 부산 또는 사할린에서 해저터널로 일본까지 연결되는 원대한 구상을 펼쳐 보이기도 했다.

필라체프 부지사는 “일본 노선까지 이어지면 베를린까지 1만2200㎞에 12.5일(러시아에서 9박) 걸리는 대륙횡단철도가 완성돼 관련국들 모두에 이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상은 악쇼넨코 전 철도부 장관과 알렉산드르 첼코 서시베리아 철도청장 등 철도대 동문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TSR 건설 100주년을 맞아 러시아가 대대적으로 TSR를 조명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세르게이 게라시모프 철도대 교수는 “러시아로서는 1년에 20억달러의 이득을 기대하고 있다”며 “TSR의 화물량은 1년에 8만TEU 정도이지만 TKR와 연결되면 화물량은 대폭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의 경우 유럽행 화물을 배로 보내지 않고 철도로 보낼 경우 한 컨테이너 당 20달러 정도 운송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러시아(노보시비르스크)〓윤양섭기자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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