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회계부정 가담 의혹”

  • 입력 2002년 7월 3일 17시 5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기업 회계부정 스캔들에 휘말리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2일 칼럼에서 부시 대통령도 기업 임원 재직시 회계 부정에 가담했다면서 “회계부정에 대한 부시 대통령의 분노는 진실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이 이날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한 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내가 한 모든 행동은 완전히 공개되고 철저히 검증된 것”이라고 대응함으로써 기업 임원 재직시 그의 행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 사건은 부시 대통령이 에너지 관련 소기업인 ‘스펙트럼 7’을 경영하던 89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관련기사▼

- 체니도? 오닐도?…

‘스펙트럼 7’이 이윤을 내지 못해 부채가 쌓여가자 ‘하켄 에너지’사가 200만달러를 주고 인수했다. 하켄이 적자투성이의 기업을 비싼 가격에 인수한 이유는 지금도 미스터리다. 크루그먼 교수는 “하켄의 창업자는 조지 부시(당시 대통령)라는 이름을 보고 그 기업을 매입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켄은 부시 대통령에게 하켄의 이사와 회계감사위원 직함까지 제공했다.

그러나 하켄 역시 적자를 보기 시작했다. 다급해진 하켄은 ‘알로하’라는 자회사를 고가에 매각한 것처럼 꾸며 1000만달러의 손실을 은닉했다. 자회사를 매입한 사람들은 하켄의 임원들이었고 매입대금도 하켄으로부터 나왔다. 엔론이 사용한 순익조작 수법 그대로다. 크루그먼 교수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이를 적발해 그 해의 영업실적을 다시 보고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더 심각한 의혹은 하켄이 수정된 영업실적을 공개함으로써 주가가 폭락하기 불과 몇주 전에 부시 대통령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하켄 주식 중 3분의 2를 85만달러에 팔아치웠다는 점이다. 이는 내부자 거래혐의에 해당된다. 부시 대통령은 또 34주가 지난 뒤에야 주식매각 사실을 신고해 거래 즉시 신고를 명문화한 법을 어긴 의혹도 받고 있다.

당시 SEC의 내부 메모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이 법을 어겼으나 기소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크루그먼 교수는 주장했다.

미 일간지 댈러스 모닝도 93년 부시 대통령의 변호인에게 보낸 SEC의 서한을 인용해 SEC의 그러한 수사종결 결정이 (부시 대통령이) 면책된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 대변인 제니퍼 팔미에리는 하켄 사건이 “엔론 사건과 똑같다”면서 이는 부시 대통령과 역시 SEC의 조사를 받고 있는 할리버튼사의 사장 출신 딕 체니 부통령이 기업의 회계부정 분위기를 어떻게 조성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