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군비강화 호재로…'유사법제안' 국회통과 목소리 힘얻을듯

  • 입력 2002년 6월 30일 18시 49분


서해교전을 일으킨 북한의 도발은 계획적이냐, 우발적이냐에 상관없이 일본의 군비강화론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추측이 아니라 일본은 북한이 도발을 할 때마다 이를 이용해 군비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늘 성과를 거둬왔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관방장관은 이번 사건에 대해 “중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청 장관은 서해교전 소식을 접한 즉시 해상 자위대의 P3C 초계기 등을 동원한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이런 발언이나 조치는 일본인들에게 “북한은 역시 위험한 집단이고 일본은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일본의 ‘잠재적인 주적’은 소련이 해체되면서 북한으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일본 군비강화의 ‘일등공신’은 공교롭게도 바로 일본의 재무장을 비난하는 북한 자신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얻는다.

일본의 정부 여당은 일본이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받았을 때를 대비한 ‘유사법제안(有事法制案)’을 국회에 제출해 놓고 있다. 사실상의 ‘전쟁동원령’이라며 야당들이 강력한 반대를 하고 있어 회기 연장으로도 통과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그러나 이번 서해교전으로 이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본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침몰한 북한 공작선 추정 괴선박의 인양에 착수했다. 거액을 들여 인양할 필요가 있느냐, 북한과의 외교마찰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으나 이런 분위기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는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최근 초미의 관심사가 된 탈북 주민의 망명문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인도적인 차원에서, 그리고 경제대국의 입장에서 탈북 주민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 벌어진 이번 사건은 일본인들에게 “그럴 필요까지 있느냐”는 심정적 거부의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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