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지도자 바사예프 러에 피살…체첸독립의 꿈 ‘가물가물’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21분


10여년 동안 거대한 러시아를 상대로 외롭게 항쟁해 온 체첸의 이슬람반군 지도자들이 잇따라 전사하면서 독립의 꿈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곳곳에서 러시아군의 고문 학살 처형 등 인권유린도 자행되고 있지만 국제사회조차 이를 외면하고 있다.

▽반군 지도자 표적 암살 및 테러 격화〓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통신은 지난달 30일 반군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가 사살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왼쪽 다리를 잃었던 바사예프는 반군 내에서도 강경파로 그동안 러시아군의 ‘제거 대상 1호’로 지목돼 왔다. 지난달 25일에는 아랍인이면서 ‘이슬람 형제’인 체첸인을 돕기 위해 체첸전에 참전한 용병대장 에미르 하타프가 러시아 연방보안부(FSB)의 특수공작으로 피살됐다.

러시아군은 하타프의 시신 사진도 공개했다. 러시아는 하타프를 오사마 빈 라덴 같은 국제테러리스트라고 하지만 이슬람권에선 ‘체첸의 체 게바라’로 불릴 정도로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제1차 체첸전(94∼96년) 당시에도 조하르 두다예프 당시 체첸 대통령을 미사일 공격으로 사살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반군 지도자에 대한 암살 작전의 성공을 칭찬한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도 반군 지도자를 노리는 ‘사냥’은 계속될 전망이다.

이에 맞서 반군은 체첸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까지도 무차별적인 테러 공세를 벌이고 있다. 28일 러시아 영내인 블라디카프카스의 시장에서 폭탄 테러로 6명이 사망하는 등 테러로 연일 민간인 사상자가 나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장수촌(長壽村)이었던 카프카스의 북부지역도 전쟁터로 변했다.

▽국제사회의 침묵〓친(親)서방정책을 펼치는 푸틴 대통령을 의식해 서방국가들이 체첸 주둔 러시아군의 과잉 공격 등에 대해서 침묵하면서 최근에는 국제사회조차 체첸의 비극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유엔인권위원회에선 ‘러시아의 체첸 인권침해 규탄 결의안’이 부결되기도 했다.

인구 80만명의 소국 체첸은 두 차례의 전쟁으로 6만여명의 사상자와 20여만명의 난민을 내며 폐허로 변했다. 러시아군도 99년 제2차 체첸전쟁 발발 이후에만 3300여명이 전사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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