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취임 1주년]‘개혁 낙제점’… 지지율 40% ‘바닥’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13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26일로 취임 1년을 맞는다.

그는 ‘구조개혁 없이 경기회복은 없다’ ‘성역 없는 구조개혁’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소신 있는 발언과 파격적인 행동으로 역대 내각 중 가장 높은 80%대의 지지를 받으며 출범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구조개혁’과 ‘경기회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중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지지율도 40% 대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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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개혁 제자리걸음〓고이즈미 총리는 ‘국영기업 민영화’와 ‘우정사업 개방’을 구조개혁의 ‘두 바퀴’로 제시했다. 그러나 두 사안 모두 법 제정 단계로 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내 족의원(族議員·특정단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원들을 일컬음)과 관료집단의 반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과 타협하는 순간 지지가 더 내려갈 것이 분명해 진퇴양난에 빠져있다.

다만 그는 안보분야에서는 일본 언론의 표현에 따르면 ‘혁혁한 공’을 세웠다. 지난해 미국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테러대책 특별법’을 만들어 자위대를 아프가니스탄 공격에 참여시켰고 요즘은 일본이 직접적인 무력공격을 받을 때를 대비한 ‘유사법제’를 국회에 상정시켰다. 일부에서는 “고이즈미 총리의 안보분야 공헌은 10년 재임한 총리에 필적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어두운 경제전망〓고이즈미 총리가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한 지난해 5월 7일. 도쿄증시 닛케이평균주가는 연중최고치인 14,529엔까지 치솟았다. 10년 장기불황에 지친 일본인들은 “경제회복의 빛이 보인다”고 반겼다.

그러나 6월에는 12,000엔이 깨지고 여당이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둔 7월 30일에는 거품 붕괴 이후 최저치인 11,279엔까지 떨어졌다. 또 2월6일에는 18년만의 최저치인 9,420엔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불과 9개월 만에 142조엔이 줄어들었다.

고이즈미 내각 출범 이후 24일 현재까지 닛케이주가는 16% 하락했다.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내각지지율도 급락해 여권과 정부 내에서는 구조개혁보다는 경기부양을 요구하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은 “망할 기업은 망하게 하는 것이 구조개혁의 핵심”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정작 기업 도산이 잇따르자 금융지원에 나서 부실채권만 잔뜩 늘려놓았다. 은행권 부실채권은 지난해 9월 말 현재 36조8000억엔으로 계속 늘어났다.

3월 말 금융위기설이 흉흉했을 때는 연일 각료회의, 자문회의를 열고 숨가쁘게 대책을 논의했으나 3월 위기를 무사히 넘기자 구조개혁 논의는 다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최근 미국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낮췄다. 일본 정부가 부실채권 처리를 비롯한 구조개혁에 소극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도쿄〓심규선특파원 ksshim@donga.com

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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