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스톡옵션 비용 처리’ 입법추진

  • 입력 2002년 3월 27일 17시 42분


미국 의회가 스톡옵션(주식선택매입권)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미 재계가 집단 반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6일 지난달 19일 미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30여명이 굴지의 데이터베이스 회사인 오라클에 모여 스톡옵션 규제에 대한 반대 모임을 가진 데 이어 이달 초에는 전국에 있는 CEO 40여명이 워싱턴으로 날아와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90년대 미 첨단기업 성장의 촉진제로 여겨지던 스톡옵션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엔론사태를 계기로 스톡옵션의 폐해가 명확해졌기 때문. 제프리 스킬링 전 엔론 CEO는 지난달 의회 증언에서 “스톡옵션이 순익을 부풀리는 ‘악명 높은’ 수단이 되고 있다”고 시인했다. 스톡옵션은 일정한 시점 이후의 주식을 현재의 주가로 매입할 수 있는 권리. 경영진으로서는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주가를 띄우는 데 치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회계에 있다. 미 상원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규제법안을 심의중이다. 비용으로 계산할 경우 순익은 대폭 줄어든다. 규제를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인 오라클 CEO 래리 엘리슨은 지난해 스톡옵션으로만 7억600만달러(약 9200억원)를 벌었다. 이를 비용으로 처리했더라면순익도 줄어들고 주가도 떨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사실 이 문제는 30년 전부터 제기돼 온 회계 현안 중 하나지만 미 기업들은 주식 매입권을 주는 데 돈이 들지 않기 때문에 비용으로 반영하려야 할 수 없다고 버텨왔다.

그러나 90년대 초 경제학자 마이론 스콜즈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환산할 수 있는 공식을 만들어냄으로써 이 같은 주장은 논리적으로는 무너졌다. 스콜즈는 이 공식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전설적인 투자가 워런 버핏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스톡옵션 비용화론’을 주도하고 있다. 주가 띄우기에 반색해야 할 기관투자가들마저도 여기에 가담하고 있다. 경영진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하기 위해 스톡옵션을 받는 시점의 주가를 일부러 낮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톡옵션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높지만 기업의 로비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규제법안의 운명에 대해서는 속단키 어렵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