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발언 엇갈린 반응 "위협아닌 경고"

  • 입력 2002년 2월 3일 18시 30분


북한 이란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국제사회 비판 확산〓미국을 방문중인 미하일 카샤노프 러시아 총리는 1일 백악관에서 딕 체니 미 부통령과 회담한 뒤 기자들을 만나 “3개국이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테러를 지원하고 있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증거는 현재 없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안보회의에 참석한 중국 외교부 왕이(王毅) 부부장은 2일 “미국이 대(對)테러작전의 범위를 ‘제멋대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며 “이 전쟁에서 유엔의 역할이 강화돼야만 한다”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외교부는 지난달 31일 “중국은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악의 축’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는 데 반대하며 이런 발언은 세계 평화와 안정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도 같은 날 “테러전의 상대는 아프가니스탄이며 테러전의 향후 목표를 찾는 것은 ‘이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도 “미 행정부의 테러척결 의지를 지지한다”면서도 “그러나 유럽은 미국과 상반된 의견을 제시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여론은 ‘위협’아닌 ‘경고’〓미국인 대다수는 부시 대통령이 ‘악의 축’ 발언을 통해 이들 3개국을 위협했다기보다는 경고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주간 뉴스위크가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는 부시의 발언이 경고에 불과하다고 대답한 반면 미국이 이들 국가들을 공격하겠다고 심각한 위협을 가했다는 응답자는 19%였다.

워싱턴포스트도 1일 “부시 대통령이 연설에서 ‘악’이라는 단어를 10번 이상 언급할 정도로 강경한 테러척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임박한 군사행동의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시사주간 타임은 2일 “부시 대통령은 세계질서를 자국의 ‘입맛’에 맞도록 변화시키기 위해 테러와의 전쟁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발언 국제사회 비난여론 관련
중국“미국은 대테러 전쟁의 범위를 제멋대로 확대해서는 안된다” “부시 대통령의 발언은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태롭게 한다” (왕이 외교부 부부장)
러시아“‘악의 축’ 국가들이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입중할 증거는 없다” (미하일 카샤노프 총리)
유럽“유럽은 9.11테러 세력을 응징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했다. 그러나 ‘악의 축’ 국가들이 9.11테러와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조지 로버트슨 NATO 사무총장)
중동-“국제사회가 테러세력 차단하려는 노력은 ‘대화’를 통해서 이뤄져야 하며 ‘군사적 대응’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압둘라 요르단 국왕)
아시아“미국이 ‘악의 축’ 국가들을 보는 시각은 우리의 관점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인도 외교부 대변인)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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