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의 여행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7시 08분


입김만 스쳐도 찢겨나갈 듯한 가녀린 날개로 그들은 '고향'을 찾아 수천㎞를 날아간다.

곤충학자들이 경이로워하는 자연의 신비중 하나인 모나크 나비(Monarch Butterfly· 일명 북미 왕나비).

미국 중·북부와 캐나다에 살다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멀리 미 서부 캘리포니아 연안이나 멕시코 중부 산악지역으로 날아가는 최장거리 이동 곤충이다. 봄에 고향으로 되돌아오는 것을 합쳐 이들의 이동거리는 무려 5000㎞.

그런데 이 나비들이 최근 산림 훼손과 공해로 서식지를 위협받고 있어 보호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또 나비들의 겨울 도래지에는 수만, 수십만 마리의 나비들이 연출하는 '군무(群舞)의 장관'을 보려는 관광객 수십만명이 몰려들고 있다.


겨울을 나기위해 캐나다에서 멕시코로 몰려온 나비들

북미지역의 모나크 나비는 약 1억마리. 록키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에 살던 모나크 나비들은 추위가 다가오면 캘리포니아 연안으로, 동쪽에 살던 나비들은 멕시코 중부 트랜스볼카닉 산악지역으로 떠난다. 날개를 다 펼쳐도 10㎝가 안되는 이 작은 생명체들의 여행에서 더욱 놀라운 대목은 봄이면 자기가 떠났던 서식처, 심지어 바로 그 나무를 찾아 온다는 것. 그해 가을 남쪽으로 떠난 나비(봄에 온 나비의 증손자)가 증조 할아버지 나비 가 살았던 나무로 돌아오는 것. 과학자들은 나비들이 기류(氣流)를 타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들의 여행에 얽힌 신비는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근래들어 봄∼가을에 모나크 나비의 애벌레가 서식하는 풀인 밀크위드는 해로운 잡초로 여겨져 마구 뽑히고 있다. 또 오존층 파괴로 인한 산성비도 이 풀을 사라지게 하는 원인중 하나다. 게다가 멕시코의 오야멜 나무 숲은 벌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정부 학자 시민단체 등이 공동으로 1984년 모나크 프로젝트 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지만, 지주들의 개발로 인해 서식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멕시코 정부도 해마다 나비 도래철이 되면 무허가 벌목을 막기 위해 대대적 단속을 벌이지만 5만4000㏊에 달하는 14개 서식지역을 제대로 감시하는 건 불가능하다.


미 캔사스대학의 모나크 나비 보호 단체인 모나크 워치 는 홈페이지를 통해 지주와 주민들이 토지개발과 벌목을 포기하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을 해주는 제도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한국의 제주도와 남부 섬지방 등 아시아지역에도 모나크 나비와 같은 계통인 왕나비가 살고 있는데, 이달초 발표된 대만대학과 일본의 왕나비 조사 모임 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왕나비가 대만에서 일본까지 40여일간 1790㎞를 이동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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