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테러계기 리더십 부각… 美 정치인 희비교차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59분


‘9·11’ 테러를 계기로 미국 정치인들 중엔 돋보이는 사람도 있고 관심을 끌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뉴욕 타임스지는 이들의 희비를 19일 이렇게 짚어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 시장. 테러 사건의 피해 복구 과정에서 돋보이는 지도력을 발휘한 그는 공화당 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선거지원 연사로 활약해온 존 매케인 상원의원보다 더 각광을 받고 있다.

후임 시장에 당선된 마이클 블룸버그는 “테러가 아니었으면 시장이 됐겠느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이번에 ‘뜬’ 인물. 조지 파타키 뉴욕 주지사도 여론조사의 인기도가 높아졌다.

뉴욕 출신이 아니라는 비판에 시달려오던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테러 복구를 위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촉구하는 등 활동을 통해 어엿한 정치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스스로 ‘위기에 강하다’고 믿는 그녀의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도력을 발휘할 수 없는 처지에 낙담해 있다. 게다가 재임 중 오사마 빈 라덴 체포를 위해 노력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딕 체니 부통령은 테러 사건 이후 위상이 더 강화됐다. 부통령 물망에 올랐으나 정치적 앞날이 불투명했던 톰 리지 조국안보국장은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직을 버리고 현직을 맡으면서 행정부의 중심인물이 됐다.

종전엔 ‘제 역할을 못한다’는 소리를 듣던 콜린 파월 국무장관과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도 위치가 확고해졌다. 톰 대슐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탄저균 우편물을 받는 바람에 더 유명해졌고 의사 출신인 공화당의 빌 프리스트 상원의원은 생물학 테러에 대한 식견 때문에 주가가 올랐다. 반면 지난 봄 공화당을 탈당, 상원에 여소야대를 가져온 제임스 제포즈 의원은 더 이상 언론의 조명을 받지 않게 됐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위기때 빛나는 리더가 되려면… 지도자 5계명▼

‘보스(Boss)는 많지만 리더(Leader)는 없다.’

양자의 차이점은, 보스는 부하들을 거느렸지만 리더는 부하들이 따른다는 점. 경제전문지 포천은 최근호(11월 19일자)에서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보스는 많이 나왔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은 리더는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 조지 W 부시 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을 테러 이후 급부상한 ‘리더 3인방’으로 꼽으며 ‘위기 때 빛나는 리더’가 되기 위한 5계명을 소개했다.

▽대중 앞에 자주 등장하라〓국민의 공포가 극심할 때 대중 앞에 자주 얼굴을 비춰라. 신변의 위험이나 전략 회의에 참석하느라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는 지도자는 ‘겁쟁이’로 각인될 뿐이다. 부시 대통령은 테러 직후 거의 하루동안 대중 앞에 얼굴을 비치지 않아 국민의 신뢰를 잃을 뻔했다.

▽고통감수를 전제로 한 낙관론을 펼쳐라〓위기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펴라. 근거 없는 낙관론은 오히려 국민의 공포감을 깊게 한다. 폴 오닐 재무장관이 테러 직후 경제 침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을 때 이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만을 이야기하라〓국민을 안심시키기 위해 피해 규모나 상황을 줄이지 말라. 부시 행정부에서 가장 인기가 낮았던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대(對) 테러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작전 성공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피해 규모를 솔직히 인정해 신뢰도를 높였다.

▽지도력을 과신하지 말라〓지도력을 인정받은 리더는 이를 계속 확장하려는 유혹을 뿌리쳐야 한다. 테러사태를 잘 수습해 인기가 치솟은 줄리아니 시장은 한때 법을 고쳐 3선을 꾀했다가 인기가 급락했다.

▽지나친 연습을 피하라〓지도자가 이미 정해진 각본에 따라 움직이고 연설하는 것은 국민의 공포를 오히려 증폭시킨다. 초반에 지도력을 의심받던 부시 대통령이 세계무역센터(WTC)를 방문한 자리에서 소방대원들에게 “당신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즉석에서 외친 것은 지도력 부재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됐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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