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게릴라전 배경]정규전 승산없고 민심 속속 등돌려

  • 입력 2001년 11월 14일 18시 37분


국토의 대부분을 북부동맹에 내주며 지상전을 포기하고 곧바로 게릴라전에 돌입한 탈레반의 의도는 무엇인가. 앞으로 전쟁은 어떻게 전개될까.

탈레반의 의도에는 무엇보다 최첨단 무기와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미국과 지상 정규전을 벌여봐야 병력손실만 가져올 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손익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심 이반도 중요한 대목. 개전 초기와는 달리 탈레반군이 마자르이샤리프에 이어 카불마저 내주자 탈레반의 본거지인 남부 칸다하르 주민들마저 탈레반에 등을 돌리고 있는 것.

카불이 함락된 13일 탈레반의 부족기반인 파슈툰족 가운데 탈레반에 반대해온 부족지도자들이 군병력을 규합해 곧바로 칸다하르 인근 공항을 점령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탈레반군의 이탈조짐도 엿보인다. 파슈툰족의 지도자 하미드 카르자이는 13일 미국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일부 탈레반 군인들이 부대를 이탈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 병력 대부분은 칸다하르를 중심으로 한 남부 산악지역으로 집결, 게릴라전에 대비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남부는 해발고도 1500∼4000m에 이르는 험준한 산악지역. 특히 동굴 등 은신처가 많아 게릴라전을 벌이기엔 안성맞춤이다.

또 탈레반 병력은 대부분 구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시절부터 게릴라전을 벌여온 백전노장의 병사들이다. 79년 개전과 함께 일사천리로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구 소련이 전사자 1만3000여명이라는 큰 피해를 보고 10년 만에 결국 퇴각한 것도 바로 무자헤딘의 게릴라전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미국의 최첨단 무기도 큰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게릴라들의 은신처인 아프가니스탄의 동굴은 길이가 보통 수백m인데다 미로처럼 얽혀있어 게릴라들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고 동굴을 파괴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쟁은 미국의 게릴라 소탕작업과 탈레반의 ‘치고 빠지기’ 공방이 끊임없이 계속되는 소모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종대·김정안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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