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응징전]美-북부동맹 '카불 공격' 신경전

  • 입력 2001년 11월 11일 18시 57분



《아프가니스탄 북서부 전략 요충지인 마자르이샤리프를 포함한 북부 3개주와 중부의 바미안 등 2개주를 점령한 반 탈레반 북부동맹은 11일 수도 카불을 향해 진격하는 등 사실상 카불 대공세에 들어갔다. 미국은 11일 낮 북부동맹군을 지원하기 위한 카불 대공습을 펼쳤지만 북부동맹군이 카불에 진입하는 데는 반대했다.》

▽북부동맹 카불 대공세〓북부동맹군은 지난해 탈레반 대공세 이전까지 자신들의 수도였던 탈로칸도 탈환, 타지키스탄 접경의 주요 도시들을 대부분 장악했다.

북부동맹은 11일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카불을 연결하는 주도로를 따라 140㎞가량 진격했다”고 밝혔다. 한 고위관계자는 “수일 내에 카불 총공세를 감행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우리 부대는 현재 카불 진입을 위해 카불 북부에 병력을 집결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1000명의 병력에 30대의 장갑차를 보유하고 있는 북부동맹측 사령관 아마눌라 고자르는“가능한 한 빨리 전투를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미국의 공습으로 칸다하르에서 민간인 200여명이 사망했다고 탈레반측이 주장했다. 탈레반측은 관영 바크타르통신을 통해 ‘작전상 후퇴’라면서 “탈레반이 민간인 사상자를 막기 위해 9일밤 마자르이샤리프 외곽으로 철수했다”고 인정했다.

▽미국의 견제〓미국은 북부동맹이 올린 전과를 적극 환영하면서도 카불 점령에 따른 부작용과 혼선을 우려, 제동에 나섰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0일 유엔에서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과 회견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북부동맹군이 카불을 향해 남쪽으로 진격하더라도 이들이 카불 시내에 진입하는 것을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미국의 반대는 아프가니스탄 내 소수파인 타지크족과 우즈베크족이 주축인 북부동맹이 탈레반 정권 붕괴 후 주도권을 장악할 경우 정국의 안정을 기할 수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도 회견에서 “북부동맹군이 카불에 진입하면 10여년 전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을 때와 비슷한 잔혹 행위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장관은 9일 북부동맹이 카불을 장악할 경우 이 도시를 중립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영국의 제프 훈 국방장관은 11일 “북부동맹의 카불 입성을 막을 의사가 전혀 없다”며 미국과 이견을 나타냈다.

<박윤철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탈환된 마자르이샤리프…해방”▼

음악이 거리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자유롭게 활보하는 여성들. 며칠전까지 상상도 하지 못하던 변화가 아프가니스탄 마자르이샤리프에서 나타나고 있다.

북부동맹이 탈환한 이 도시에선 남자들이 턱수염을 깎기 위해 이발소에 줄지어 늘어섰다고 파키스탄의 아프간 이슬람통신(AIP)이 11일 전했다. 이슬람 근본주의를 신봉하는 탈레반은 98년 8월 이 도시를 장악한 이후 남자들에게 손에 잡힐 정도의 턱수염을 강요했었다.

현지 라디오 방송은 3년여만에 음악방송을 재개했고 오랜만에 문을 연 식당에서도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가장 큰 변화는 여성들. 탈레반은 여성들에게는 눈 부분만 망사로 돼있는 부르카로 온몸을 감싸고 남자가 동행해야만 외출할 수 있도록 규제해왔다. 이제 해방감을 맛본 아프간 여성들 상당수가 부르카를 과감히 벗어던진 것. 이 도시를 다시 장악한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압둘 라시드 도스툼 장군은 시내에 300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치안유지에 나섰다. 이 도시에서는 97년 이후 주인이 네차례 바뀌면서 종족간 무자비한 잔혹행위가 잇따랐다. 도시는 빠르게 평온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탈레반을 지지했던 파슈툰족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북부동맹 공격앞둔 카불…"공포”▼

북부동맹의 마자르이샤리프 점령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11일. 카불 주민들은 섭씨 10도의 쌀쌀한 날씨에 담요를 뒤집어쓴 채 점점 다가오고 있는 전쟁의 공포에 떨고 있었다.

탈레반 집권전인 92년부터 96년까지 4년 동안 군벌간 혹독한 내전을 경험했던 카불 주민들이 겁내는 것은 보복전. 교사인 샤프트 알라는 “미국이 테러참사로 인해 매우 화난 것을 이해한다”면서 “그렇지만 우리는 오사마 빈 라덴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호소했다.

시계 노점을 운영하는 압둘 카릴은 “물도 식량도 없는 이곳은 사람이 살 곳이 못된다”면서 “북부동맹이 밀고 내려온다면 마자르이샤리프처럼 전투 없이 입성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카불에 남아있는 주민 중에는 북부동맹내에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우스베크족, 타지크족, 하자라족 등이 다수 포함돼있다. 자전거점을 운영하는 타지크계 주민 사이드 압바스는 “전쟁이 나면 타지크족이든, 우즈베크족이든, 파슈툰족이든 전혀 상관없다”면서 북부동맹의 진격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바라는 것은 카불의 평화일뿐”이라며 4년전 내전 당시 폭격으로 한쪽만 남은 다리를 보여줬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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