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라운드협상/한국에 미치는 영향]수출시장 확대 가능성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39분


21세기 무역질서의 새 판을 짤 뉴라운드는 한국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우루과이라운드(UR)가 몰고 왔던 쌀시장 개방의 ‘아픈’ 기억이 있는 한국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뉴라운드 출범으로 무역장벽이 낮아질수록 유리해지므로 오히려 이를 기대해야 할 판이다. 높은 무역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수세’보다 ‘공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공산품 관세인하는 한국이 수혜자〓한국이 뉴라운드 논의에 일찍부터 적극 참여하며 조기출범을 지지해온 이유는 공산품 수출 때문이다.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은 뉴라운드의 타결로 선진국 고관세가 없어지고 개발도상국의 평균관세율이 낮아지면 중국 등과 함께 최대 수혜국이 될 전망이다.

최낙균(崔洛均) KIEP 무역투자실장은 “뉴라운드 공산품 협상이 추진되면 한국은 2.6∼2.9%가량 실질 GDP 증가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이 뉴라운드 의제 채택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반덤핑 문제도 수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선진국 개도국 가릴 것 없이 무차별적 반덤핑 판정의 표적이 되고 있는 한국은 다자간 협상을 통해 국제통상의 국제규범이 서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껄끄러운 농업문제〓뉴라운드의 협상의제 중 한국이 가장 민감하고 취약한 부문은 농업이다.

농업 부문은 뉴라운드와 별도로 UR의 후속협상이 올해 3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한국은 2004년까지 ‘개도국 지위’를 보장받아 관세화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뉴라운드에서 채택될 각료회의 선언문은 농업협상의 향후 논의의 범위와 방향에 대한 지표를 세우게 된다. 이에 따라 농업협상의 진행속도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농림부 이명수(李銘洙) 국제농업국장은 “한국의 경제성장을 이유로 농업 부문에서 지켜온 개도국 지위에서 졸업하라는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2004년 쌀협상에서 관세화 원칙을 수용하거나 관세화유예를 연장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단 개도국 지위를 최대한 유지해 쌀의 관세화를 피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관세화를 피하려다 자칫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이 크게 확대돼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이 고민이다. 또 농업을 지키려다 공산품 관세인하, 서비스 등 굵직한 사안을 놓칠 수도 있다.

▽서비스와 기타 의제〓금융서비스 분야에서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외환위기 등을 통해 이미 상당히 문을 연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 등은 외국은행의 지점 설치를 더욱 쉽게 하고 새로운 금융상품 판매를 허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뉴라운드 논의가 진행되면 통신서비스시장 개방에서 기간통신사업에 외국인 지분을 50% 이상 허용하는 문제도 관심의 대상이 된다.

또 스크린쿼터제 폐지, 해외자본의 국내 대학 설립, 외국인 변호사나 세무사의 국내 영업 등도 서비스시장 개방수준에 따라 불거져 나올 ‘폭탄’들이다.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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