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전쟁 한달째]각국 반응과 시각변화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57분


‘Show Your Flag.’(당신의 입장을 분명히 하라)

미국 주도의 이번 아프가니스탄 전쟁은 국제사회에 선택을 요구했다.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가시화된 국제사회의 ‘줄서기’ 결과를 살펴본다.

◆선진국=‘9·11테러’로 200명 이상이 희생된 영국은 군사와 외교 양면에서 미국의 가장 적극적인 동지로 뛰고 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미국 대사’라는 일각의 비아냥에도 굴하지 않고 각국을 돌며 대(對)테러전쟁 지지를 얻어내고 있다.

걸프전 때 ‘돈만 쓰고 국제적인 역할은 인정받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일본은 이번에는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만들고 자위대 파견을 준비하는 등 능동적이다. 미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면서 국제 정치외교 무대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전쟁 후 새로운 국제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에 대비해 영향력 확대를 위해 단일한 목소리를 내려했으나 실패했다. 기본적으로 전쟁을 지지하지만 각론은 제각각이어서 EU의 정치적 통합은 역시 요원함을 입증했다.

◆이슬람권=내부의 거센 반미 정서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쟁을 ‘종교 간의 전쟁’ ‘문명 간의 충돌’ 등으로 규정하려는 일각의 시도를 거부한 채 ‘대테러 전쟁’이라는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이라크만이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불법 침략’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아랍권의 맹주를 자처하는 이집트는 전쟁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으며 사우디아라비아와 시리아는 속으로는 비판적이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침묵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암묵적 지지’는 약화될 전망.

◆접경국=가장 곤혹스러운 나라는 파키스탄. 미국의 경제지원과 인도와의 영토분쟁에서의 외교적 지원 등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 군기지 개방 등 적극 협력을 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내부에서 무장봉기 조짐까지 생기는 등 정권이 위태로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터키는 일찌감치 영공을 개방한 데 이어 북부동맹을 지원하는 등 대테러전에 동참, 경제회복과 서방권 접근을 노리고 있다.

이슬람혁명 후 20년간 미국과 불편한 관계인 이란은 반탈레반 노선이면서도 이슬람 국가에 대한 공습은 반대라는 어정쩡한 입장.

◆중립국=유럽의 중립국들도 선택에 내몰렸다. 지난 200년간 국제분쟁에 대해 중립을 고수해온 스웨덴에서는 테러사태로 기본적이고 민주적인 가치들이 위협받는 속에서 더 이상 중립을 견지할 명분이 없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도 중립노선의 이해득실을 저울질하면서 실리외교를 추구하고 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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