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몽드 "카불에 탄저균 포자 실험실"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9시 06분


‘탄저균 테러’에 오사마 빈 라덴(사진)이 연관돼 있다는 정황 증거가 속속 제시되고 있다고 독일 제2공영방송인 ZDF가 15일 보도했다.

이집트 경찰이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보이는 용의자 2명을 검거했는데 이들은 체코에서 탄저균 포자를 입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비행기 납치 테러를 주도한 모하메드 아타가 체코 프라하에서 이라크의 비밀정보원과 만난 사실을 들어 이라크 연루설을 제기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기사에서 “미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탄저균 감염은 결코 우연으로 볼 수 없으며 과거 쿠르드족에 탄저균을 살포한 경험이 있는 이라크가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주간 옵서버도 “탄저균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관들은 이번 탄저균 소동을 의도적인 테러로 보고 있으며 그 배후로 이라크를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정황 증거에도 불구하고 미 수사당국은 빈 라덴과 이라크를 공개적으로 탄저균 테러 범죄의 배후로 지목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만일 확실한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섣불리 발표했다가는 이슬람권에서 엄청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

한편 프랑스 르몽드는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인도적인 목적으로 1997년에 설립한 대규모 탄저병 백신 제조시설이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ICRC는 아프가니스탄의 가축 사이에 탄저병이 창궐해 인도적인 목적 아래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12만5000달러를 들여 카불에 150만병의 탄저병 백신을 제조하기 위한 실험실을 만들었다는 것. ICRC는 백신개발에 사용된 탄저균 포자는 유독성이 약하며 실험실 수준이 초보단계라 탄저균 테러에 활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카불 실험실의 탄저균 포자는 국제적으로 ‘34F2’로 불리는 물질이다. 그러나 이 곳에는 백신 원료용 1차물질과 함께 생물학 무기로 만드는 데 필요한 물질도 있어 전문가들은 테러용 탄저균이 배양되었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반박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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