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권 반응]“이교도 침공” 아랍국 反美시위 격화

  • 입력 2001년 10월 8일 19시 07분


파키스탄 무장경계 강화
파키스탄 무장경계 강화
대다수 아랍권 국가들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강력히 비난하고 나선 가운데 8일 파키스탄에서는 대규모 반미 소요로 인한 유혈충돌이 벌어지면서 수십명의 사상자까지 발생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과격 이슬람단체들의 테러 가능성 때문에 주요 미국 관련 시설이 폐쇄되는 등 심상찮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파키스탄의 국경도시 퀘타에서는 8일 1만5000명의 시위대가 반미시위 도중 상가와 경찰서, 차량에 방화하는 등 소요를 일으켰으며 군과 경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명이 숨지고 26명이 부상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유혈충돌 과정에서 자동화기가 발사된 것으로 알려졌고 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총상 환자가 6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퀘타 공항 인근에 있는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건물도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또한 차만에서는 시위대 1만여명이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화형식을 거행하는 등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이슬라마바드, 페샤와르, 라호르 등 파키스탄 주요 도시에서도 8일 수천명의 시위대들이 몰려나와 ‘빈 라덴이여 영원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반미시위를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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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이슬람정당인 자마티 울레마 이슬라미(JUI)와 하라카트 울 무자헤딘(HUM), 이슬람수호위원회(AIC) 등 이슬람 급진단체들은 “미국의 공격에 대항해 아프가니스탄 형제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도로를 막은 채 몇 시간 동안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이를 저지했다.

파키스탄 보안당국은 반미시위가 격렬해지자 JUI의 몰라나 파줄 라흐만 의장, AIC의 사미울 하크 의장 등 주요 이슬람 지도자들에 대해 가택연금 조치를 취했으며 미국대사관과 미국인 거주지역에 대해 무장경찰을 추가 배치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의 공습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 마흐무드 아흐메드 정보부장과 무자파르 우스마니 육군 참모부총장을 전격 경질하는 등 군정보부 고위장성들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을 실시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의 과격단체 이슬람청년운동(GPI)은 미국 공습에 맞설 지하드 요원 3000명을 이번주 내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GPI는 또 자국 내 미국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선언하고 나섰으며 외국인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만큼 자발적으로 이 나라를 떠나라고 경고했다.

수도 자카르타에서는 10여개의 이슬람 단체들이 시위를 벌였으며 인도네시아 경찰은 주요 외국 공관에 무장경찰을 긴급 배치하고 시내에 장갑차 37대를 주둔시키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란, 이라크 등 반미 성향이 강한 아랍권 국가들은 8일 “미국의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란 외무부는 “이슬람 국가들의 여론을 고려하지 않은 이번 공습으로 무고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관영 TV방송은 공습이 시작되자 곧바로 정규 방송을 중단하고 ‘맹목적인 공격’이라는 제목의 특별 생방송에 돌입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도 관영 TV방송을 통해 “왜 미국은 테러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전세계에 보여주지 않는가”라고 반문하면서 “미국의 공습은 국제법을 무시한 명백한 침략행위”라고 주장했다.

○…파키스탄과의 분쟁지역인 카슈미르 지방을 중심으로 반미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인도는 전군에 비상경계령을 내리는 한편 자국 내 미국 시설물에 대한 경비를 강화했다. 카슈미르에서는 경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0여명이 부상했다.

그러나 니루파마 라오 인도 외무부 대변인은 7일 “인도는 미국 뉴욕 테러 사건 발생 이후 미국이 취한 조치에 대해 강한 연대와 지원을 표명해왔다”며 미국의 공습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 아프가니스탄 북쪽 인접국들은 전쟁의 불똥이 튈 것을 염려해 국경지대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미국에 자국 내 공군기지를 내준 우즈베키스탄은 탈레반의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국경수비대에 최고경계령을 내렸으며 접경지역에 사는 민간인들에게 긴급 대피 명령을 내렸다.

<정미경기자·이슬라마바드〓이종환특파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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