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휴일인 7일이 D데이였을까…경제 충격 최소화

  • 입력 2001년 10월 8일 18시 48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왜 미국을 상대로 한 동시다발테러가 발생한 지 26일 만인 7일을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 탈레반정권에 대한 보복공격을 위한 ‘D데이’로 택했을까.

7일 미국 증시가 휴장인 데다 8일은 ‘콜럼버스 데이’로 증시는 열리지만 채권시장 등은 문을 닫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휴일에 공격을 시작했다는 분석도 있다.

외신들은 7일이 낙점된 뚜렷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며 다만 더 이상 늦출 수 없거나 충분히 시기가 무르익어 늦출 이유가 없다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프가니스탄이 이미 초겨울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다음달 16일 이슬람교도들의 금식기간인 라마단이 시작된다는 것이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배경이 됐다. 최소한 1주일 이상 공습이 계속되고 특수부대가 투입되는 경우 혹한기와 라마단 기간이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8일 “탈레반 정권이 오사마 빈 라덴을 인도하라는 최후통첩을 거부한 이상 대통령이 더 이상 행동을 늦출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부시 대통령은 지난주 초 7일을 D데이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습에 필요한 명분 축적과 군사적 준비, 외교적 노력 등을 마무리해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는 것.

테러 참사 직후만 해도 부시 대통령은 빈 라덴을 테러의 배후자로 지목했으며 미국은 곧 군사행동에 나설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하지만 서유럽 동맹국들까지도 ‘확실한 증거’를 요구하며 선뜻 동의하지 않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

미국은 또 사우디아라비아 및 아랍에미리트(UAE)가 탈레반 정권과 단교하도록 이끌어내는 등 아랍권에서 탈레반을 고립시키고 공격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는 데도 많은 공을 들여야 했다. 파키스탄에 대해서는 핵실험을 이유로 가했던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당근’을 제공하기도 했다.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이 6일까지 나흘간 중동과 중앙아시아를 순방한 것은 이 같은 이슬람권 설득 외교의 마무리 수순이었다.

미국은 보복 군사공격 이후 나올지도 모를 비난을 잠재우기 위해 가급적 많은 국가의 지원과 참여도 절실했다. 부시 대통령은 7일 연설에서 “영국이 작전에 동참했으며 캐나다 호주 독일 프랑스 등 우방들도 군사력 제공을 약속했고 전세계 40여개국이 영공통과 등 지원을 통해 공동전선을 형성했다”며 이번 공격이 공동작전임을 강조했다.

아프가니스탄이 군사적으로는 미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 ‘약체’지만 전술적으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많은 것도 미국이 신중한 대응을 하게 한 요인이었다.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아프가니스탄 접경국이 이슬람 국가들이어서 이들의 협조를 얻기 위한 복잡한 협상과정이 필요했던 것. 산악지형이 많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특수부대의 활동을 위해 충분한 정보를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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