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인구 25%가 난민… 美공습땐 최악상황 우려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42분


‘난민 3중고(三重苦)’를 짊어지게 될 아프가니스탄의 슬픈 운명. 20여년간의 내전 중 발생한 ‘내전 난민’과 수년간의 가뭄으로 인한 ‘기아 난민’으로 고통받던 아프가니스탄이 또다시 엄청난 숫자의 ‘테러 전쟁 난민’을 양산할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 수많은 아프가니스탄인들이 국경을 넘어 외국으로, 아니면 국내에서 안전한 곳을 찾아 피란에 나서 난민 숫자가 전체 인구 약 2580만명중 6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상황이 이처럼 긴박해지자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과 유엔아동기금(UNICEF) 세계식량계획(WFP) 등 6개 단체는 24일 뉴욕에서 수백만 아프가니스탄 난민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호소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UNICEF는 아프가니스탄 국민 750만명이 굶어죽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경고했다.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파키스탄과 이란 타지키스탄 등 국경을 접하고 있는 국가들은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국경을 일부 폐쇄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했으나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은 물밀듯이 국경을 넘고 있다. 탈레반의 본부가 있는 칸다하르에는 이미 시민의 절반 정도가 피란길에 올랐으며 수도인 카불과 북동부 잘랄라바드에서도 피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UNHCR에 따르면 11일 테러 이전 내전과 기아를 피해 국경을 넘은 아프가니스탄 난민은 파키스탄 200만명, 이란 150만명 등 약 37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이곳저곳을 떠다니는 난민도 95만명이 넘는다고 UNHCR는 집계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미국의 공격이 시작되면 100만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서부 발루치스탄주 국경 근처에 5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 캠프 설치 계획안을 마련했다. 북서쪽 변방주에도 80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난민촌 80개를 조성할 계획이다.

UNHCR는 지난주에만 1만5000여명이 파키스탄의 국경 봉쇄에도 불구하고 국경을 넘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발루치스탄주 당국은 아프가니스탄 내 국경 도시 차만에서 천막도 없이 야영을 하고 있는 5000∼1만명의 난민에 대해 파키스탄 입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유엔 관리가 24일 밝혔다.

이란 주재 UNHCR 관계자는 이란 국경 지역에 30만명 이상의 난민이 몰려들 것에 대비해 이란의 코라손주와 시스탄-발루치스탄주에 난민촌을 설치해 난민 유입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프가니스탄과 1200㎞ 길이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에도 난민이 대거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예모말리 라흐모노프 타지키스탄 대통령은 최근 “국경을 전면 봉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의 언론은 일부 난민이 동남아와 호주 등까지 밀려들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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