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아프간과의 협상 상황

  • 입력 2001년 9월 17일 17시 13분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에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의 인도를 설득하고 미국의 최후통첩을 전달하기 위해 파견된 파키스탄 대표단이 17일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해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협상 내용〓파키스탄 대표단이 전달한 최후통첩의 주요 내용은 사흘 안에 빈 라덴의 신병을 넘겨주지 않으면 미국 등 서방의 대규모 공격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 대표단은 탈레반 정권이 빈 라덴을 넘겨줄 경우 공격을 면할 수 있는 지는 보장할 수 없지만 최후통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확실히 밝혔다. 대표단은 빠르면 이번 주말 공격이 단행될 것이라고 통보했다. 대표단은 아울러 빈 라덴 부하들의 신병을 인도하고 훈련 캠프를 파괴할 경우 탈레반 정권의 유지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대표단 구성〓대표단은 모두 6명으로 파키스탄 최고 정보기관인 군부정보국(ISI)과 외교부 관리들로 주로 구성됐다. 단장은 파키스탄 정부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메흐무드 아흐메드 ISI국장이 맡았다. 11일 미국에서 테러가 발생했을 때 워싱턴을 방문중이었던 아흐메드 국장은 이번 협상에서 테러의 참상을 아프가니스탄 관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AFP통신이 17일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탈레반 정권 관련 정보를 면밀히 따라가고 있는 ISI가 테러 사건 전까지만 해도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고 있었으나 현재는 모르고 있다" 고 전했다.

▽협상 대상〓17일 오전(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에 도착한 대표단은 탈레반 정권의 본거지이자 빈 라덴이 은신해 있을 것으로 추측되는 남부 요충지 칸다하르로 직행했다. 대표단은 도착 직후 와킬 아흐메드 무타와켈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데 이어 오후 탈레반 실권자인 물라 모하메드 오마르를 접견한 자리에서 빈 라덴 인도를 요구하는 최후통첩을 전달했다. 물라 모하메드 하산 국방장관과도 회담을 가진 대표단은 오후 늦게 수도 카불을 방문해 아프가니스탄 주요 관리들과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협상 전망〓탈레반 정권이 파키스탄 대표단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여 빈 라덴을 인도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파키스탄 외교 소식통들은 17일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파키스탄 고위 관리는 "탈레반 정권이 빈 라덴을 인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벌써 오래 전에 인도했을 것" 이라며 "탈레반 지도부가 협상에서 마음을 바꿀 것으로 믿을 만한 근거는 없다" 고 말했다고 MSNBC가 17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파키스탄은 탈레반 정권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빈 라덴을 제 3의 이슬람 국가로 넘겨 이슬람 법정에서 재판을 받도록 하는 절충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 고 관측했다.

▽미국의 대(對)파키스탄 압력〓미국은 파키스탄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만약 파키스탄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거의 '전쟁 수준' 의 댓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강력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부채탕감과 안보 약속을 내건 미국측에 대해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영공 통과와 공항 및 기지 사용을 허용한데 이어 파키스탄 정보망에 대한 완전 접근과 미국 전투기에 대한 연료 공급에 합의했다" 고 전했다.

파키스탄은 미국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17일부터 자국을 경유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가는 모든 상품의 통관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아프가니스탄이 구매한 1억달러 상당의 물품이 카라치항을 비롯한 파키스탄 각지에 묶이게 됐으며 아프가니스탄 전역은 사실상의 경제봉쇄 상태에 놓이게 됐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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