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공격통로’ 만들어줄까…지원없인 아프간공격 난항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43분


무샤라프 대통령
무샤라프 대통령
미국 뉴욕, 워싱턴 테러공격의 용의자 1호로 지목된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보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격이 임박한 가운데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다각도로 파키스탄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지상 공격이나 공습 등 어떤 형태의 보복 공격에 나서든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파키스탄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 미국은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파키스탄이 탈레반 정권과 빈 라덴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은 13일 주미 파키스탄 대사를 만나 미국이 원하는 협조사항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첫째는 빈 라덴과 그가 지휘하는 테러단체인 알 카이다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줄 것, 둘째는 알 카이다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할 것, 셋째는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을 봉쇄하고 미국의 군사행동이 시작될 경우 영공 통과를 허용해 줄 것 등이다.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페르베즈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줄 것을 요청했다. 이날 무샤라프 대통령을 만난 웬디 체임벌린 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는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협조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무샤라프 대통령은 파월 장관과의 전화 통화가 끝난 직후 성명서를 통해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파키스탄측은 미 특공대 또는 육군 병력이 지상으로 파키스탄 영토를 통과하는 데는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반미감정이 높은 파키스탄의 이슬람 무장단체들로부터 보호해줄 자신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파키스탄 주재 아프가니스탄 대사는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을 강타한 테러공격과 관련해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과 접촉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마울비 압둘 살람 자이프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파키스탄 정부가 아프가니스탄 집권 탈레반 지도부와 사태 논의를 위해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으나 현재 접촉 상황이나 결과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보호 아래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이 미국에 인도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테러에 대한 명확한 증거가 나오면 미국 또는 중립국에 인도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