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美 특수부대 아프간 진입설

  • 입력 2001년 9월 13일 23시 17분


미국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을 비호 중인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미국의 공격에 대비해 전시 체제에 돌입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13일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해 아프가니스탄 남부 칸다하르 사령부에 있던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모하마드 오마르가 이미 긴급 피신했으며 전투기 등 무기의 재배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칸다하르는 파키스탄과 연결되는 요충지로 탈레반 정권의 근거지이며 빈 라덴이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탈레반의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이 사실상 이번 테러의 배후로 빈 라덴을 지목하고 대대적인 군사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따른 것이다. 이미 미국 특수부대 요원들이 타지키스탄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으로 진입했다는 첩보도 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도시 쿠에타의 한 보안관리는 포스트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탈레반 군부는 전시와 비슷한 상황에 돌입했다”며 “그들이 미국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고 전했다.

탈레반은 줄곧 빈 라덴이 이번 테러의 배후라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그를 미국에 인도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일부에서는 탈레반이 ‘빈객(賓客)’인 빈 라덴을 이미 국내 또는 국외의 안전지대로 피신시켰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최고지도자 오마르의 대변인인 압둘 하이 무트마인이 12일 “미국이 특정인물을 표적으로 삼는다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런 사람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이 같은 추정을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은 98년 케냐와 탄자니아 주재 미 대사관 테러 이후 빈 라덴을 응징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하고 특수요원을 동원한 검거작전을 폈지만 무위에 그친 바 있다.

한편 테러가 발생한 11일 미국을 방문 중이던 파키스탄의 군 정보기관 책임자 마흐무드 아흐메드 장군이 13일 리처드 아미티지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동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의 후원국인 파키스탄은 현재 아프가니스탄 접경 지역에 병력 4500여명을 주둔시키고 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