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농장 러와 공동개발, 대북식량지원 활용 검토"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28분


농림부가 러시아 연해주 항카호(湖) 남부의 벼농사지역 20만㏊를 러시아와 공동 개발해 대북 식량 지원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이상배(李相培·한나라당) 의원이 9일 입수한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의 ‘연해주 3국 농업협력에 관한 대외비 보고서’에 따르면 농림부와 농촌진흥청 농업기반공사 등 전문가 10명은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항카호 남부지역 개발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현지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보고서는 “러시아연방과 연해주정부가 항카호 주변 벼농사지대 개발에 한국의 참여를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면서 “이 지역에 민간 차원의 투자를 유도, 북한의 노동력을 이용하는 농장의 최종생산물을 사들여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1000㏊ 규모 농장의 경우 벼 2000t의 수확이 예상되는데, 이를 매입하는 데 5억원의 지원금이 필요하다”며 “남북협력기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또 “정부 차원에서는 농업기반공사 등 정부투자기관이 참여해 현지에 진출해 있는 민간단체나 기업에 위탁 경작하되 북한과의 합작투자를 유도, 최종생산물을 투자비율만큼 북한에 인도하는 방안도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현지조사 결과 이 지역의 농업생산성이 벼의 경우 ㏊당 2.5t(한국의 경우 7t)에 불과한 데다 장기간 유휴화된 땅이어서 초기 생산기반투자가 불가피하며, 단기간에 수익을 얻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또 러시아 정부는 이 지역 개발의 목적을 중앙아시아에서 이주해 올 6만여명의 고려인 정착에 두고 있어 북한 노동력의 대규모 유입에 거부감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농림부는 지난달 말의 2차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의 논의를 거쳐 연해주 개발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려 했으나 DJP 공조 붕괴에 따른 장관 경질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배 의원은 “국내 쌀 재고량 급증으로 이 쌀을 북한에 지원해주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판에 대북 식량 지원을 위해 수익성도 없는 연해주 지역 농업개발에 참여하는 문제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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