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통제국가' 족쇄 벗을까

  • 입력 2001년 8월 20일 22시 22분


‘규제의 나라’ 싱가포르에 자유의 시대가 찾아올 것인가.

고촉통(吳作棟·사진) 싱가포르 총리가 19일 밤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더 많은 정치적 자유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다”며 ‘숨통을 터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눈길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그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구 소련 대통령이 글라스노스트(개방) 정책을 급하게 서두르다 연방 붕괴를 가져온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나는 훗날 ‘고(吳)바초프’로 불리고 싶지 않으며 정치적 자유라는 풍선에 한꺼번에 바람을 불어넣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총리는 매년 독립기념일 연설을 해오던 한 극장이 올해는 시민들이 몰리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상연중이라는 이유로 연설 장소를 한 대학교로 바꿨다. 이것도 이례적이다.

휴양지 센토사 섬 해변에서 시민들이 대형 목욕통 안에 들어앉아 거품을 만들며 노는 ‘거품 파티’에 대해 그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이런 파티를 하는 것을 보았다”며 “완전히 벌거벗지 않고 불빛이 비치는 곳에서 한다면 문제될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5년 전만 하더라도 이 같은 파티는 풍기문란 단속 대상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는 1965년 독립 후 인민행동당(PAP)이 장기 집권해왔으며 고 총리 등 통치자들은 사회 기강과 경제 발전을 위해 사회통제시책을 펴왔다. 그러나 곳곳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극심한 단속과 통제조치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신병원을 찾는 시민들이 속출하는 등 규제의 부작용이 문제시돼왔다.

이에 따라 고 총리는 지난해 9월 공원 등에 ‘연설자 코너’라는 싱가포르판 신문고를 설치하고 최근에는 ‘싱크 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드러내 놓고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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