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의 앞날 낙관할 수 없다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27분


지난 며칠 동안 필자가 도쿄에서 만난 일본 기업인들과 관리들은 대부분 합리적인 사람들이었다. 사실 그들은 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리고 있을 때보다 지금 오히려 더 합리적인 사고를 갖고 있었다. 15년 전만 해도 일본인들과는 이성적인 토론이 불가능했다. 민간 부문의 경제인들이 정부의 정책을 좀처럼 비판하려고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일본인들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여전히 일본의 앞날에 대해 그리 낙관할 수가 없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유례 없이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야심찬 ‘구조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구조개혁’이 정말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보고 나면 일본의 앞날에 대한 회의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지금까지 ‘구조개혁’이 의미하는 것은 주로 두 가지였다. 은행들로 하여금 악성채무를 장부에서 지워버리게 만들고, 고용률을 떠받치기 위해 줄곧 사용되었던 대규모 공공사업의 규모를 줄이게 만드는 것. 이 두 가지 조치는 전적으로 합당한 것이다. 일본의 공공사업 프로그램들은 비능률의 원천이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부패의 온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분명한 위협은 비능률이 아니라 수요의 위축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 그런데 고이즈미 총리의 개혁은 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빚을 갚을 수 없는 기업들의 접근을 막고, 정부가 별로 필요하지 않은 댐과 도로의 건설을 중단한다면 실업률이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 실업자들은 당연히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으므로 경제는 더욱 더 불황 속으로 빠져들게 될 것이다.

고이즈미 정부의 경제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다케나카 헤이조는 일본의 문제가 ‘수요측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계획이 ‘공급측면’ 위주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인 경제전망이 나아지면 결국 사람들이 지갑을 열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다케나카씨의 주장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자가 보기에는 그의 계획이 어둠 속에서 어디로 떨어질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도약하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일본의 통화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은행이 이 계획 못지않게 대담한 조치를 취해준다면, 이 계획의 성공가능성이 훨씬 커질 것이다. 그러나 일본은행 관리들은 고이즈미 정부와는 정반대로 지나치게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고이즈미 정부는 ‘개혁이 아니면 파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개혁을 했는데도 파산’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위험스러울 정도로 크다.

(http://www.nytimes.com/2001/07/08/opinion/08KRUG.html)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