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미안 석불, 아프간 과격 이슬람정권 다이너마이트로 파괴

  • 입력 2001년 3월 13일 18시 56분


바미안 마애석불이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되는 순간
바미안 마애석불이 다이너마이트로 폭파되는 순간
세계적 문화유산인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마애석불 2좌(座)가 끝내 가루가 되고 말았다.

미국 CNN 방송은 12일 과격 이슬람 무장집단인 탈레반 정권이 폭약으로 석불을 산산조각 내버리는 순간의 사진을 구해 독점 보도했다.

폭파 순간 연기와 먼지로 뒤덮인 석불 모습이 확인됨에 따라 다이너마이트로 석불을 모두 파괴했다는 그동안의 탈레반측 주장은 사실로 드러났다. CNN 방송은 아프가니스탄의 한 사진작가에게서 이 사진을 구했다고 밝혔다.

탈레반 정권을 지지해온 파키스탄 정부의 한 소식통도 이날 “8일과 9일에 걸쳐 다이너마이트로 바미안 마애석불이 파괴됐음을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지금은 한때 석불이 있었음을 나타내 주는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탈레반 최고지도자 마흐메드 오마르는 2주 전 우상숭배를 금지한 이슬람 율법에 어긋난다며 모든 불상을 파괴하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로켓포 탱크 등을 동원한 불상 파괴 작업이 아프가니스탄 곳곳에서 벌어졌다.

유네스코는 불상 파괴를 막기 위해 특사를 보내 탈레반 지도자들을 설득했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슬람회의기구(OIC) 대표단도 불상 파괴령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탈레반측은 “1991년 힌두교도가 인도의 이슬람 바브리사원을 파괴한 일과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사원 점령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느냐”며 불상파괴령을 철회하지 않았다.

세계 최대 크기의 바미안 석불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서쪽 125㎞ 지점에 있는 바미안 지방의 암벽에 새겨진 높이 52.5m와 34.5m인 것으로 2∼5세기경에 만들어진 것이다.

마쓰우라 고이치로 유네스코 사무총장도 이날 파리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피에르 라프랑스 유네스코 특사가 바미안 석불이 파괴됐음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마쓰우라 사무총장은 “전 인류의 유산인 문화재를 파괴한 탈레반의 범죄 행위가 혐오스럽다”면서 “탈레반의 불상 파괴가 다른 광신자들이 이슬람 문화재를 공격하는 구실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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