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통상마찰 조짐

  • 입력 2001년 2월 22일 18시 33분


중국의 수출 증가에 따라 큰 폭의 무역 적자를 기록한 미국과 일본이 중국에 ‘화풀이’를 하면서 3개국 간에 통상마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중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가 크게 늘자 중국산 섬유제품과 농산물에 대해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미국의 새 행정부는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문제삼고 있다.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미국이 가장 큰 무역 적자를 기록한 나라가 지난해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뀌었다고 미 상무부가 21일 밝혔다. 지난해 미국의 총수출액은 1조700억달러(전년보다 11.7% 증가), 총수입액은 1조4400억달러(17% 증가)로 사상 최대 규모인 3696억7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전년도 2650억달러보다 39.52%가 증가한 것이며 3년 내리 적자규모가 전년도보다 확대됐다.

특히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커져 지난해는 전년도보다 22% 늘어난 838억달러에 이르렀다. 교역상대국 중 최대규모 적자였다.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는 813억달러로 전년보다 10.8% 늘어나는데 그쳤다.

▽미국의 통상압력〓중국이 최대적자 교역국으로 떠오르면서 미국은 시장개방 압력을 더욱 높일 전망이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사실상 확정된 중국에 대해 WTO 규정을 엄격하게 요구하는 방법으로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또 일본과 함께 중국에 대해 경제개혁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부시행정부는 중국을 ‘전략적인 경쟁상대’로, 일본을 ‘동맹국’으로 규정한 바 있다.

중국에 이어 적자규모가 두 번째로 큰 일본에 대해서도 공격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 의회에서는 “일본시장의 폐쇄성이 미국의 무역적자를 낳고 있다”며 대일 강경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말 기한이 끝난 미일간 ‘자동차 및 부품 협정’ 갱신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데다가 미국 자동차업체가 감산을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토요타 등 일본업체들은 미국 현지생산을 대폭 늘려 양국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일간 마찰〓21일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1월 무역통계에 따르면 수출액이 3조6234억엔, 수입액이 3조7186억엔으로 무역수지는 953억엔 적자였다. 일본의 월간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한 것은 4년 만에 처음이었다.

중국산 수입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39.6%나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었다. 일본의 지난해 대중 교역 규모는 전년보다 29% 늘어난 857억7900만달러였다. 중국과의 교역 비중이 10%를 넘은 것은 처음이었다.

일본 정부는 중국산 제품의 홍수 속에 무역적자가 확대되자 중국산 농산물과 섬유제품에 대해 세이프가드 발동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중이다. 중국측은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에 즉각 반발해 일본제 폴리스티렌 수지(플라스틱 원료)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시작하는 등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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