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대가들의 특이한 '글쓰기 습관'

  • 입력 2000년 11월 21일 18시 37분


켄트 해러프
켄트 해러프
작가들 중에는 특이한 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작가 존 치버는 초기 작품 중 일부를 속옷만 입은 채로 썼다. 헤밍웨이는 그의 소설들 중 일부 작품을 서서 썼다고 한다. 또한 토머스 울프는 냉장고 꼭대기에 몸을 기댄 자세로 그의 방대한 소설들 중 일부를 썼다고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마야 안젤루는 자서전적인 작품을 쓰는 동안 며칠 또는 몇 주씩 호텔방에 혼자 틀어박히곤 했다.

나는 일리노이주 남부에 있는 우리 집 지하실의 석탄 창고를 내 집필실로 이용하고 있다. 6년전 지금의 집을 샀을 때 아내와 나는 석탄 창고를 청소하고 탁자와 선반들을 들여놓은 후 카펫을 깔았다. 그리고 나서 책상 위에 황소의 두개골상을 걸어놓았다. 이는 입을 벌린 모양으로 눈구멍과 뿔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또 이것은 아름다운 모래언덕들이 있는 네브라스카주 체리 카운티에서 가져온 것이라서 지금도 이 두개골을 쥐고 흔들면 반짝이는 모래가 흘러나온다. 내가 이 두개골을 내 책상 위에 걸어놓은 이유는 그것이 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허튼소리를 쓰지 않도록 그것이 막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기도 하다.

한편 내 집필실의 벽에는 내가 쓴 소설에 등장하는 홀트 카운티의 모델이 된 콜로라도 동북부 마을의 지도가 걸려 있다. 벽에는 이밖에도 갈색 종이가 테이프로 붙여져 있는데, 나는 이 종이에 작업중인 소설에 관한 메모들을 적어놓곤 한다.

다시 내 책상으로 눈을 돌리면, 비버가 씹어놓은 어린 묘목, 새의 둥지, 북아일랜드에서 가져온 한 줌의 잔디, 외할아버지가 주신 재크나이프, 아버지가 당신의 고향인 노스다코타 배드랜즈에서 발견한 흑요석 화살촉 등이 널려 있다.

나는 이 물건들에 그리 관심을 쏟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물건들을 내 책상 위에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뭔가가 달라진다. 나는 이 물건들이 어떤 의미에서 토템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 책상과 벽에 있는 물건들은 내게 중요한 기억, 사람, 지역들과 나를 정서적으로 연결시켜준다. 내가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것도 이 물건들에 대한 감정적 애착 덕분이다. 나는 물건을 기억하고, 사람을 기억하고, 장소와 광경들을 기억하면서 강한 감정을 느낀다. 매번 일을 하러 집필실로 내려갈 때마다 나는 마치 신성한 장소를 향해 가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필자〓켄트 해러프(소설가)

(http://www.nytimes.com/2000/11/20/arts/20HARU.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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