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노벨상]수상자 속속 발표 …'지구촌 열광'

  • 입력 2000년 10월 11일 19시 17분


노벨상 수상자들이 속속 발표되면서 전세계에 노벨상 화제가 쏟아지고 있다.

22년 만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한 러시아는 전국이 잔치분위기에 휩싸였고 미국의 캘리포니아대 등 많은 수상자를 배출해온 명문 대학과 연구소에서는 수상자 통계를 바꾸느라 여념이 없다.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사람들의 위대한 업적은 국적에 관계없이 여전히 세계적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러 "자존심 살렸다" 축제 분위기

노벨상의 위력은 과연 대단했다. 조레스 알페로프 박사(70)가 비록 공동수상이지만 러시아에 19번째 노벨상을 안겨줬다는 소식에 러시아 전역이 흥분했다. 특히 소연방 해체이후 국가예산 지원이 거의 끊기다시피 했던 기초과학 분야가 오랜만에 주목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10일 상트페테르부르크 교외의 AF이오페 물리기술연구소. 취재진과 방문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이 곳은 갑자기 떠들썩해졌다. 연구소 소장인 알페로프 박사는 방송카메라 앞에서 밀려드는 축하전화를 받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연구소 직원들은 코냑과 보드카로 축배를 들었다.

낡은 단층 건물들이 드문드문 모여 있는 이오페 연구소는 알페로프 박사까지 벌써 5명의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알페로프 박사는 광통신에 사용하는 복합반도체 이론을 세계최초로 정립해 해마다 노벨상 후보로 올랐다. 그러나 번번이 고배를 마셔 이번에는 기대조차 하지 않아 수상 소식은 더욱 극적이었다.

“러시아 과학기술의 저력을 보여줬다”는 언론의 평가 속에 과학기술계는 “침체에 빠진 기초과학분야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들뜬 표정들이다. 독립국가연합(CIS)정상회담 참석차 중앙아시아를 방문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스톡홀름에서 전해진 자랑스런 소식은 전국민의 경사”라며 축하했다. 러시아의 자존심이라는 이오페 연구소만 해도 대부분의 실험장비가 10∼20년 된 고물이다. 정부지원이 구소련 시절의 5%에도 못 미칠 정도로 줄어 시설교체는커녕 직원들 월급주기에도 벅찬 형편. 젊고 우수한 연구원들이 상당수 서방으로 빠져나가 연구소는 노(老)학자들이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러시아과학아카데미 부회장이자 공산당 소속의 하원의원이기도 한 알페로프 박사는 11일 아침 모스크바로 날아와 하원에서 “기초과학분야 정부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종합 2위를 차지한 시드니올림픽 선수단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격려했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그의 바른말이 부담스러웠는지 카자흐스탄 방문을 핑계로 침묵을 지켜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알페로프 박사는 “상금은 영재육성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장래 희망을 물으면 천연덕스럽게 “마피아조직원이 되고 싶다”고 답하는 러시아 청소년들을 과학의 길로 이끌겠다는 포부인 셈. 이에 정부도 “상금에 세금을 매기지 않겠다”고 화답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美 UCSB '노벨賞 산실'로…물리학등 수상자 총 42명배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어디일까.’

올해 노벨상 수상자 중 눈에 띄는 특징 중의 하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UC) 샌타바버라 캠퍼스(UCSB)에서 화학과 물리학 수상자가 한꺼번에 나온 것.

독일태생 허버트 크뢰머 교수와 화학자 앨런 히거 교수가 나란히 올해 노벨상을 받으면서 캘리포니아주립대는 지금까지 통산 42명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가히 노벨상 수상자의 새로운 산실로 떠오른 셈.

자연과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샌타바버라 캠퍼스에는 연방과 주정부 차원에서 엄청난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연간 예산만 120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르는 캘리포니아주립 대는 9개 캠퍼스에서 17만 400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다.

이런 투자에 힘입어 샌타바버라 캠퍼스는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공연구센터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중 서부의 명문 버클리 캠퍼스(UCB)는 지금까지 16개의 노벨상을 따내 미국 내 단일 연구기관과 대학으로서는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노벨상을 받은 대학은 7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케임브리지대. 물리와 화학을 중점 연구하는 캐번디시 연구소를 중심으로 지금까지 모두 73명이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어 미국의 명문 시카고대는 인문과학과 자연과학에서 골고루 노벨문학상을 수상해 모두 71명에 이르고 있으며 그림형제의 학문적 전통이 남아있는 독일 괴팅겐대 34명, 인문학의 고향인 영국 옥스퍼드대는 31명을 배출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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