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최후통첩 시한연장…외교고립 우려 강공 철회

  • 입력 2000년 10월 10일 19시 00분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가 10일 최종 시한을 연장함에 따라 파국으로 치닫던 중동평화 협상에 한가닥 서광이 비쳤다.

이스라엘측의 태도 변화는 국제사회 지도자들이 잇따라 중동지역을 방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만나 협상분위기를 이끌어낸 게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동평화협상 과정에 줄곧 참여했던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9일 두 차례나 바라크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최악의 사태를 막는 데 큰 몫을 했다고 이스라엘 라디오가 10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입장 선회에는 크게 두 가지가 고려된 것 같다. 먼저 빗발치는 국제사회의 협상 여론 및 압력을 무시할 경우 외교적으로 고립될 우려가 크기 때문. 또 강경 입장을 고수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유혈폭력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지난달 28일 이후 계속된 이스라엘 팔레스타인간의 유혈사태는 이제 외교적 해결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분주한 행보〓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 하비에르 솔라나 유럽연합(EU)특사 등은 사태해결을 위해 8, 9, 10일 잇따라 중동지역을 방문했다.

아난 사무총장은 9일 저녁 이스라엘에 도착해 슐로모 벤아미 이스라엘 외무장관 대행을 잠깐 만났다. 아난 총장은 “거리에서 협상 테이블로 돌아와야 한다”고 양측에 호소했다. 그는 이어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 양측의 입장을 조율하고 시리아 레바논도 방문할 계획이다. 또 레바논 지도자들에게 납치된 3명의 이스라엘 병사 석방을 촉구할 예정이다.

8일 시리아와 레바논을 방문했던 이바노프 외무장관은 9일 텔아비브에서 벤아미 외무장관을 만난 데 이어 바라크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도 차례로 만날 예정. 이바노프 장관도 “폭력사태의 악화를 막고, 무력 사용을 자제하며, 대화에 복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러시아의 발빠른 행보는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노린것으로 보인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라크 대통령도 9일 아라파트 수반을 만나 이번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썼다.

EU는 9일 솔라나 EU사무총장을 중동지역에 파견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스페인 등의 정치 지도자들도 아라파트 수반을 설득하는 전화 외교 공세에 참여했다.

특히 클린턴 대통령은 9일 바라크 총리가 비상각료회의를 열고 있는 도중 두 차례나 전화를 걸어 설득했다. 그는 또 아난 총장과 회동 중이던 아라파트 수반에게도 전화를 걸었으며 이번 주내에 이집트로 가 4자간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시한 연장 배경〓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외교적 노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최종 시한을 연장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강경 일변도의 정책이 몰고 올 후유증을 우려했기 때문. 특히 강경 일변도로 대처할 경우 1987년부터 6년간이나 지속된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봉기)를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인티파다는 93년 오슬로협정이 타결될 때까지 계속됐다.

공언한 대로 팔레스타인사령부에 대해 공격할 경우 자칫 잘못하면 아랍권 전체를 상대로 하는 5차 중동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 또 “팔레스타인측에 너무 많이 양보한다”는 비난을 받아 연정까지 붕괴된 바라크 총리로서도 최근의 강공 드라이브로 어느 정도 인기를 회복해 물러설 명분을 찾았다.

이런 상황이 무르익자 이스라엘은 기다렸다는 듯이 ‘던진 주사위’를 되물리고 팔레스타인측의 반응을 지켜보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관측이 많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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