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첫 직선대통령 탄생]"발칸에 평화 깃들까"

  • 입력 2000년 10월 8일 18시 52분


코스투니차 대통령 취임
코스투니차 대통령 취임
밀로셰비치의 13년 철권통치가 무너진 발칸에 평화와 민주주의가 꽃 필 것인가.

무혈혁명의 주역 보이슬라브 코스투니차 유고연방 대통령이 7일 공식 취임했다. 그는 이날 베오그라드 컨벤션센터인 사바센터에 모인 상하원 의원 앞에서 취임선서를 함으로써 유고연방 최초의 직선대통령이 됐다. 그가 전쟁과 민족 갈등으로 피폐해진 밀로셰비치 정권 13년의 유산을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따라 발칸반도의 운명이 좌우될 전망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 가운데 하나가 유고연방을 구성하는 몬테네그로공화국과 코소보자치주가 연방의 중심국인 세르비아공화국으로부터 떨어져 나가려는 움직임.

세르비아 민족주의자인 코스투니차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는 더욱 강력한 통합을 추진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이 주둔중인 코소보에 대해서도 세르비아인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독립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

그러나 밀로 듀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은 코스투니차 정권을 몬테네그로의 연방탈퇴를 위한 협상 파트너로서만 인정한다는 것. 그는 이날 취임식에도 불참했다.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잔존 세력과 관계를 정립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현재 유고연방의회는 밀로셰비치 전 대통령의 정치적 근거인 세르비아사회당(SPS)과 좌파연합(JUL)이 다수.

밀란 밀루티노비치 세르비아공화국 대통령도 그의 측근이며 정관계에도 ‘밀로셰비치 사람들’이 포진해 있다. 코스투니차 대통령이 6일 1년6개월 이내에 자유선거를 통해 새 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상황을 정면 돌파하려는 고육책인 셈.

서방과의 새로운 관계정립도 쉽지 않은 과제. 유고는 산업시설 등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서방이 마련한 ‘신(新)마셜플랜’ 등을 받아들여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서방은 경제지원의 대가로 밀로셰비치 정권의 완벽한 청산을 요구하고 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은 밀로셰비치와 코스투니차가 6일 비밀회동한 점과 관련해 “만일 새 정권이 밀로셰비치에게 일정한 역할을 부여한다면 제재 해제는 재고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밀로셰비치 처리 문제는 코스투니차 정권의 골칫거리로 남을 전망.

유고 민주진영 내의 도전도 코스투니차 대통령에게는 만만찮은 과제다. 영국 더타임스지는 무혈혁명의 수훈갑인 조란 진지치를 비롯해 친(親)밀로셰비치 성향의 야당 지도자 부크 드라스코비치 등은 코스투니차 대통령의 정치적 라이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발칸에서 꽃 핀 무혈혁명이 결실을 이루기까지에는 아직도 많은 가시밭길이 남아 있다. 코스투니차 대통령의 취임은 이런 험난한 여정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관측이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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