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러 학술대회]양국관계 제자리걸음 "네탓" 입씨름

  • 입력 2000년 10월 3일 19시 15분


“도대체 누구의 책임인가.” 2일 모스크바에서 한국정치학회(회장 김학준)와 러시아 동방학연구소(소장 로스티슬라프 르이바코프)가 공동 주최한 한―러관계 학술대회에서는 수교 10년을 맞는 양국관계발전이 당초 예상보다 더딘 원인을 놓고 양국 학자와 외교관들이 입씨름을 벌였다.

러시아 외무부 겐나디 톨로라야 아태부국장은 “한국이 그동안 러시아를 남북관계의 지렛대로만 이용했으며 러시아에 제대로 투자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톨로라야 부국장은 평소 한국의 대러정책을 신랄하게 비난해 온 사람. 그러나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의 조윤수(趙秀)정무과장은 “민간기업에 투자를 강요할 수 없지 않느냐”며 러시아의 투자여건이 먼저 갖춰져야 한다고 맞받았다. 서울대 김장권(金長權)교수도 “러시아가 일본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한국에 매달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거들었다.

동방학연구소의 유리 바닌 교수는 “러시아는 북한과 자동군사 개입조항을 삭제한 신조약을 맺는 등 러―북관계를 동맹관계가 아닌 일반적인 외교관계로 전환시켰는데도 한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러시아측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4자 회담’으로 러시아의 한반도 문제 참여가 원천 봉쇄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이에 중앙대 김태현(金泰泫)교수는 “한반도 문제를 동북아 안보 차원의 문제로 확대 전환시키기 위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통해 ‘4자 회담’에서 제외된 러시아와 일본뿐만 아니라 몽골까지도 논의에 참여시키자”고 제안했다. 경기대 김덕중(金德重)교수도 “남북한 철도가 러시아의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되고 시베리아 가스전개발이 본격화되면 한국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며 러시아측 참석자들을 달랬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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