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韓통일 세미나]"獨흡수통일 한반도엔 불가능"

  • 입력 2000년 9월 21일 19시 01분


판문점 면회소 설치 논의와 경의선 착공 등 남북 화해의 ‘훈풍’은 통일의 날이 결코 멀지만은 않았음을 일깨워준다. 독일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소장 로날드 마이나르두스)과 아태평화재단(이사장 오기평)주최로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국제학술회의가 열린다. ‘독일과 한국, 분단에서 통일까지’를 주제로 한 이 회의 참석자들은 미리 배포된 자료에서 독일통일의 문제점과 한반도 통일 모델을 제시했다.

베르너 페니히 베를린자유대 교수는 ‘독일과 한국의 비교 분석’을 주제로 한 논문에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 분단 당한 것은 당연했으나 남북분단은 ‘비정상적’이었던 만큼 한반도를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향후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내 통일문제 최고 권위자로 85년 북한을 방문했다.

그는 독일의 흡수통일 방식은 한반도 통일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30년간 교류를 유지하며 동독 주민 80%가 서독TV를 시청할 수 있었던 독일과 한반도 상황이 다른 데다 쉽게 붕괴됐던 동구 사회주의 국가에 비해 북한은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남북교류를 활성화하려면 한국이 북한에 양보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 정치지도자는 비전과 정치적 의지를 갖고 국민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 10년 후 독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이란 주제의 논문에서 요헨 티스 독일라디오 편집주간(56)은 모두 통일을 환영했지만 통일 10년이 지나도 동독지역 실업률은 아직 10%를 넘는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동독 정권에서 일했거나 통일로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은 50대와 60대, 꿈과 희망을 상실한 젊은 세대가 현재 독일의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한국정부도 통일 후 이 같은 문제에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진 아태평화재단 연구실장(63)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서구 각국과 외교관계를 재개하고 있어 머지않아 한국과 국제기구로부터 자본과 기술을 제공받는 등 이익을 얻게 될 것이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안정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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