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연설 '표절 시비'…과거 클린턴과 유사

  • 입력 2000년 8월 7일 19시 09분


미국 공화당이 3일 전당대회가 끝나자마자 잇단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가장 곤혹스러운 일은 대통령 후보인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의 후보 수락 연설 내용 중 일부가 빌 클린턴 대통령의 과거 연설을 표절했다는 주장이 백악관과 민주당 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

예컨대 부시 후보가 “우리는 번영의 약속을 이 나라의 모든 잊혀진 구석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클린턴 대통령이 97년 “우리는 기회와 번영이 모든 사람과 이 나라의 모든 구석에 이르도록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흡사하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

또 부시 후보가 “번영의 시기는 비전을 테스트한다”고 말한 것도 클린턴 대통령이 98년 “번영의 시기엔 더 많은 비전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 것과 사실상 마찬가지라는 것.

이밖에도 여러 대목이 클린턴의 연설을 연상시킨다고 미 언론은 보도하고 있다. 부시의 연설문은 US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 기자 출신인 마이크 거슨(36)이 부시의 공약과 역대 대선 후보들의 수락연설을 참고, 주도적으로 작성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6일 사설을 통해 공화당이 전당대회 기간에 부유한 기업과 개인들로부터 엄청난 정치자금을 모금한 사실을 지적, 정당에 대한 기부금 액수에 제한이 없는 이른바 ‘소프트 머니’ 문제를 개혁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보수층에서는 부시 후보가 민주당과 확실히 구분되는 공화당의 보수적인 정책을 분명히 제시하지 못한 것을 질타하는 소리도 높다.

강경보수층을 대변하는 개혁당의 패트 뷰캐넌은 “공화당은 요즘 지나치게 클린턴의 색채를 띠고 있다”며 “현재 미국엔 공화당은 없고 민주당만 2개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공격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딕 체니는 딸 메리(31)가 동성애자로 다른 여성과 동거중인 사실이 새삼 밝혀져 동성애 문제에 부정적인 보수층의 표를 잃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공화당은 이같은 일련의 논란이 일시적인 호사다마(好事多魔)에 불과하다며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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