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회담]폭력 재발 우려…재협상 테이블로

  • 입력 2000년 7월 20일 18시 45분


19일 밤(현지시간)은 근 7년간을 끌어온 중동평화 협상 가운데 가장 극적인 밤으로 기록될 것 같다. 완전히 죽었던 회담이 다시 살아난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밤 11시 미국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간에 9일동안 계속된 캠프데이비드 회담이 성과없이 끝났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두사람은 협상기간 동안 단 세 번만 만났을 정도로 상대방을 불신했다. 바라크와 아라파트는 각각 회담장을 떠나겠다는 으름장을 놓으며 ‘벼랑끝 전술’을 구사했다. 18일에는 각각 클린턴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대방이 양보하지 않는다”며 최후 통첩성 불만을 토로했다.

결국 협상 마감 시한인 19일 두 정상이 얼굴을 맞대지 않으려 해 클린턴 대통령이 두 정상의 숙소를 오가며 ‘셔틀중재’에 나서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동예루살렘 문제를 포함한 핵심 쟁점에 대한 양쪽의 이견을 좁히는데는 끝내 실패했다. 클린턴은 난민, 팔레스타인 국가 창설 등의 문제에 대해서만 합의하고 동예루살렘 문제를 추후 논의하자는 협상안을 내놓았으나 두 지도자는 이를 거부했다.

결국 클린턴은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회담장을 떠났다.

그러나 협상 결렬이 발표된 지 불과 90분이 지나자 양측은 회담을 다시 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으로 돌아가던 중 이 사실을 전해들은 클린턴 대통령도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처럼 급속도로 양측이 마음을 돌린 것은 정상회담 실패가 몰고 올 회오리를 걱정했기 때문이라고 미 뉴욕타임스는 20일 풀이했다. 52년간의 적대 관계를 끝내기 위해 시작한 이번 회담이 되레 그동안 추진해 온 평화협상을 완전히 깨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 생각이 미친 것이다. 돌멩이와 화약 연기가 난무하는 거리 풍경과 몇 년전 유혈 폭력 사태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인티파다(봉기)’를 떠올렸을 법하다.

이런 이유로 양측이 추후 협상에서는 그동안의 완강한 자세에서 벗어나 현실에 바탕을 두고 협상에 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두 사람 모두 협상 결렬을 선언할 정도로 양보없이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각자 국내 여론에 호소할 수 있게 돼 추후 협상에서 타협으로 가는 운신이 보다 쉬울 수 있다는 것. 그러나 협상의 관건인 동예루살렘 문제는 양쪽간의 이견이 워낙 커 당분간 봉합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이제 바라크와 아라파트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의 중재로 클린턴 대통령이 일본에서 돌아오는 23일 이후까지 회담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두 사람은 현실을 인정하고 부분 타협안을 만들어 내야 할 시점에 접어들었다고 외신들은 분석하고 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쟁점현황

쟁점이스라엘팔레스타인
동예루살렘일부 양도 및 자치권 부여전체 양도 및 주권보유
요르단강 서안

상당한 의견접근(90% 내외 양도에서 협상 가능)

국가창설외교 국방권 보유 불가주권국으로 군대창설 마땅
난민3만명 300만명(협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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