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소고백화점 도산]회복기 경제 '충격'

  • 입력 2000년 7월 13일 19시 22분


거품경기가 꺼진 이후 심각한 경영난을 겪어온 일본의 소고백화점이 12일 사실상 도산함에 따라 가까스로 안정 기미를 보이던 일본경제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소고는 국내 27개 점포와 해외 14개점포를 거느린 초대형 백화점. 당초 일본 정부는 채권을 포기하는 것을 전제로 경영정상화 계획을 세웠으나 반대 여론 때문에 소고는 파산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소고 그룹의 총 부채는 1조8700억엔으로 도산한 일본 기업 가운데 사상 최대규모다. 소고는 법원의 재산보전 명령을 받아 영업을 계속할 계획이나 관련된 153개 금융기관과 1만여개의 거래업체는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고가 올봄 세운 경영정상화 계획은 72개 금융기관으로 구성된 채권은행단에 6300억엔의 채권포기를 요청, 이 중 정부의 예금보험기구가 가진 채권 970억엔은 포기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소고가 법적 정리절차에 들어가게 됨에 따라 금융기관의 부담은 더욱 늘어났고 연쇄적인 금융시스템 불안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적 정리절차의 경우 채권포기 비율이 높아져 신용금고나 신용조합 등 지방의 영세 금융기관을 포함한 153개 금융기관과 일반채권자가 1조2200억엔의 손실을 입게 되는 것. 도산에 따른 국민부담도 당초보다 240억엔 정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금보험기구는 추산하고 있다.

특히 소고의 도산처리는 현재 정부와 금융기관이 추진하고 있는 채권포기를 통한 기업재건 계획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일본 11개 대형은행이 최근 5년간 처리한 부실채권 총액은 31조엔. 종합건설회사 제네콘 등 부실 기업 처리에 정부는 돈을 더 투입할 계획이었다.

고용불안과 거래업체 연쇄도산도 심각한 문제다. 소고그룹 전체 종업원은 1만명에 이르고 시간제 인력까지 포함하면 5만여명. 직접 거래하는 납품업체만 1만개사를 넘어 영세 중소업자의 도산도 이어질 전망이다.

1919년 설립된 소고는 한때 매출액 1조엔을 넘어서 업계 수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무분별한 확대전략 때문에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져 1994년 제1차 경영정상화 계획을 세우는 등 경영재건을 꾀해왔다.

소고의 무차별적인 확대경영과 경영재건 실패와 관련, 미즈시마 히로(水島廣雄·88) 전회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즈시마는 1958년 부사장으로 소고에 들어와 40여년간 톱으로 군림해오며 ‘1등주의’를 내걸고 덩치 키우기에 주력해왔다. 특히 주거래은행인 닛폰코교은행 출신인 미즈시마 전회장은 거품경제가 붕괴된 다음에도 거액의 융자를 계속 끌어들여 지탄을 받아왔다.

독불장군식 경영 때문에 재계에서는 그를 ‘천황’ ‘하나님’ ‘원더맨’ 등으로 불렀다. 그는 4월말 회장직을 내놓았다.

한편 도쿄증권거래소는 파산 신청을 한 소고 주식을 13일자로 1부시장에서 관리대상 종목으로 변경했으며 10월13일에 상장종목에서 제외키로 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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