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터]호주 원주민-백인간 대규모 화합집회 열려

  • 입력 2000년 5월 31일 13시 32분


지난 28일 호주 시드니에서는 호주 원주민과 백인 호주인들 간 화해와 화합을 촉구하는 시가행진 집회가 있었다.

호주 시드니의 명소 하버브릿지를 건너 달링하버까지 약 4Km를 걷는 이번 행사모임에는 뉴사우스웨일즈주 봅 카 주수상과 필립 러독 연방 이민장관, 존 헤론 원주민 장관 등을 비롯해 남녀노소 약 20만명이 참가해 근래 보기드문 대규모 집회행사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대규모 집회의 취지를 이해하려면 호주 원주민 「빼앗긴 세대 (Stolen Generation)」의 고통스러웠던 과거 역사를 이해해야 한다.

지난 97년 5월 호주 인권 및 평등위원회는 연방의회에 원주민 '빼앗긴 세대'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빼앗긴 세대를 돌려달라 (Bring Them Home)'라는 제목으로 제출된 이 보고서는 700여 페이지 분량으로, 원주민 말살정책을 위해 체계적인 인종차별 계획을 세웠던 호주 정부의 유죄를 국민에게 인식시키고 피해세대에게 재정적인 보상과 공식적인 사과를 해야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1910년부터 1970년 사이에만 10만여명의 원주민 어린이가 가족으로부터 떨어져 백인 가정에 입양되거나 정부운영 보호시설에 맡겨졌다고 추정된다. '빼앗긴 세대'는 성장하면서 철저하게 정신적, 육체적, 그리고 성적(性的)으로 호주백인들로부터 유린 당해왔다. 어린아이가 깜깜한 창고에 며칠씩 감금당하고 여자아이들 중에는 옷을 다 벗긴채 성적노리개가 되었어야 했다.

이런 과거의 잘못된 정책으로 고통을 당한 '빼앗긴 세대'와 그들의 부모 세대가 바라는 것은 호주 연방정부의 물질적 보상이 아니라 단지 호주 대표자의 '미안하다'라는 공식사과 한 마디와 더불어 호주 국민의 원주민에 대한 의식구조 변화와 긍정적인 자세일 뿐이다.

그러나,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어느 공식석상에서 '개인적으로 깊은 슬픔을 느낀다'는 말만 했을 뿐 공식적인 사과의 뜻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많은 호주 국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으며 심지어 인권문제에 늘 간섭하는 미국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호주 연방정부는 호주 전체를 대표해 '빼앗긴 세대'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금도 호주 원주민들은 원주민의 토지소유와 주권 및 자결권을 요구하고 있으며 호주 연방정부의 과거 원주민에 대한 '인종차별정책'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오는 9월 시드니올림픽 기간중 올림픽 주경기장 주변에 원주민 '천막대사관'을 설치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대사관'에 하루 5천명 내지 1만여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존 하워드 총리는 이번 시가행진 행사에 대해 어떠한 논평도 언급하고 있지 않으며 취재기자들의 인터뷰도 응하지 않고 있다.

천태영 <동아닷컴 인터넷기자> tommy68@m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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