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어떻게 될까]후지모리 사면초가 위기

  • 입력 2000년 5월 30일 20시 30분


페루가 안팎에서 몰아치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28일 대통령 결선투표에 단독 출마해 당선된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은 내적으로는 야당과 반정부 세력의 폭동 가능성, 외적으로는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시련에 직면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경제제재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급부상하면서 페루 경제계는 물론 이웃 중남미 국가들까지 동요하고 있다.

미 백악관 관계자는 29일 “내달 4일 캐나다에서 열릴 미주기구(OAS) 총회에서 페루 문제를 공식 의제로 다루겠다”고 밝혀 공동 대처를 모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단 미국은 페루에 대한 경제제재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재선거(3차 결선)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퀸스대의 페루문제 전문가 캐서린 코나한 교수는 “경제제재가 가해질 경우 페루는 엄청난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마상공회의소 의장인 사무엘 글레이세르는 “미국 등 선진국들이 취할 수 있는 제재 조치에 대해 심각히 우려한다”고 말했다. 페루 경제단체들은 대외신인도의 추락과 차관 금지, 해외자본 철수 등으로 인해 경제위기가 도래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불안하기는 이웃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코스타리카의 미구엘 앙겔 로드리게스 대통령과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파스트라나 대통령은 “페루 선거가 초래할 부정적 결과가 매우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쉽게 제재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페루는 미국과 협력해 테러 및 마약과의 전쟁을 펼쳐온 중남미의 핵심 국가. 후지모리는 최근 5년간 페루의 코카인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데 앞장섰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경제적 지원을 중단하는 등의 제재조치를 취할 경우 상당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페루 내부에서는 야당의 ‘비폭력 저항 운동’이 민중봉기로 이어질 것인지가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군의 동요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결국 톨레도 지지세력과 후지모리 반대 세력의 조직적인 연대 여부가 사태의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라고 보고 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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